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하는 채현일 예비후보 유세를 지원하던 도중 한 가게에 들러 빵을 양손에 집어들면서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이 대표를 지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치 천재", "확실한 시그널", "몰빵"이라며 이를 '신호'로 해석하는 반응이 나왔다. 최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소위 '몰빵론' 때문이다.
'몰빵론'은 오는 4월 총선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표를 분산하지 말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몰아야 한다는 의미로,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이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같은 야권 비례대표 정당인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대를 기록하자,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면서 몰빵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정당 간 지지 경쟁에서 실제로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비례대표 투표 정당을 물은 결과 국민의미래 28%, 더불어민주연합 17%, 조국신당 14%,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 2%로 나타났다.
몰빵론을 처음 전파한 건 방송인 김어준씨다. 김씨는 지난 총선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지지자들이 혼란을 겪자 2022년 3월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범진보주의 지지자들이 사상 최초로 다 함께 하나의 정당에 몰빵하는 것이다. 선거 전략은 단순해야 한다. 단 하나의 구호로 단 하나의 번호로 단 하나의 사표도 없이 단순해야 한다"고 했다.
22대 총선 몰빵론의 배경이 된 조국혁신당도 이런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흔히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 몰빵론 이야기를 하는데 저희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밀고 있다"며 "이 대표도 '같이 승리하시죠'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에서 일대일 구도를 깨는 지역구 출마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총선 연대 가능성에 대해 "단순한 선거 연대를 넘어선 방탄 동맹"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정도면 조국혁신당을 민주당의 제2 위성정당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민주당의 제1 위성정당, 제2 위성정당으로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 혼탁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이 대표의 행동을 '신호'로 해석하는 일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이 대표 지지 커뮤니티에는 이 대표가 한 농업 관련 행사에서 과일 수박을 먹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오늘 지지자들에게 시그널 보낸 이재명'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바 있다.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으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를 수박으로 부르던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수박 박멸 의지를 드러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이재명급'의 정치인이라면 촬영이 되는 저런 행사에는 다 연출이 들어간다"며 "당대표 된 이후 통합을 외치면서 수박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피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최근 김남국에 대한 수박들의 내부 총질이 벌어진 뒤 '대놓고 수박 먹는 시간'을 가졌다는 건 이재명의 의도가 들어갔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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