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생보사는 기존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팔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계약 기간이 20~30년인 종신보험보다 짧고, 납부한 보험료 대비 돌려받는 비율(환급률)이 높아 소비자의 호응이 컸다. 종신보험은 상품 구조상 설계사 수수료 등 보험료에서 떼는 사업비가 비싸다. 환급률이 낮아지면 고객이 돌려받는 보험금이 줄어들어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사라진다.
금융당국의 이런 조치는 생보사 간 담합을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기업에 경쟁하지 말라는 주문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영업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환급률 제한으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환급률 제한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생보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표 상품인 종신보험을 많이 팔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생명보험 시장 전체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개입으로 잠깐 잠잠해지겠지만 경쟁은 다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보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생보사가 금융당국 시각처럼 기형적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은 성장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고 해도 이중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예컨대 보험사는 보험업법상 규정되지 않은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둬서는 안 된다. 보험업법에서 허용하는 자회사는 대부분 보험업과 관련한 제한적인 사업만 가능하다. 해외와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유럽은 보험사의 자회사 사업 범위에 대한 규제가 없다.
보험사는 인수합병(M&A)도 쉽지 않다.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총자산 3%, 자기자본 60% 이내) 규제에 묶여 있어서다. 지난해 해외 자회사 소유 범위를 넓히는 등 보험사의 해외 진출을 위한 규제 개선안이 마련되긴 했지만, 자금 조달이나 자회사 자산운용 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규제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환급률 제한과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생명보험 시장의 혼란을 해결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규제 합리화가 절실하다. 금융당국은 생보사 간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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