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에서 과일 품목의 기여도는 0.57%포인트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 3.1%(전년 동기 대비) 중 5분의 1가량이 과일값 상승 때문이라는 뜻이다. 통상 과일 품목의 기여도는 0.1%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 과일의 물가 가중치가 전체 1000 중 14.6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일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축산물과 수산물의 물가 기여도는 각각 0.03%포인트, 0.02%포인트에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품목 기여도는 매년 가중치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계열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일 기여도가 역대급으로 크게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사과는 냉해, 장마, 폭염 등 지난해 닥친 각종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며 2월 가격이 1년 전보다 71.0% 뛰었다. 겨울철 수요가 많은 귤 가격 상승률은 78.1%에 달했다. 배도 61.1%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과와 귤, 배를 비롯한 신선과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1.2% 올랐다. 1991년 9월(43.9%) 후 32년5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정부는 과일 가격이 하루빨리 안정돼야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2.6%)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과일 가격을 안정시킬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병해충에 취약한 사과와 배는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에 따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이상저온과 폭우로 국내 작황이 크게 부진한 상황에서 다른 과일과 달리 수입을 통해 공급이 늘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상재해로 사과와 배 생산이 전년보다 30%가량 감소하면서 다른 과일과 농산물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며 “사과와 배는 햇과일이 나오기 전까지 가격 강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햇과일 출하 시기가 통상 이르면 7~8월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과와 배 가격은 이때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수입 허용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작년 사과 작황이 나빠 올해 가격이 높다고 바로 사과를 수입해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사과는 11개국과 검역 협상 중이고 8단계까지 협상해야 수입할 수 있다”며 “진도가 가장 많이 나간 일본이 5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일본이 1992년 우리 정부에 사과 수출을 요청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수입 위험 분석을 하다가 중단된 상태다. 송 장관은 “뉴질랜드로 국내산 감귤을 수출하는 데 27년 걸렸다”며 “우리 사과 시장을 보호하려고 일부러 (검역 협상을) 늦추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일 대상 할인 지원을 확대하고 비정형과(못난이 과일)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품목별 공급 및 소비자가격 동향과 물가안정 대책 추진 상황도 매일 점검할 예정이다.
강경민/이광식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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