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펌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부문은 ‘인수합병(M&A) 자문’ 시장 위축이다. 렉시스넥시스가 판례 분석 서비스 외에 기업 간 계약서 작성 자동화 서비스를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중대형 로펌 파트너는 “M&A 계약서 작성 등 자문 시장은 로펌의 주요 수익원”이라며 “기본 정보만 넣으면 AI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시간당 수수료를 받는 주요 로펌의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리걸테크 등장으로 M&A 로펌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라며 “초대형 로펌은 살아남겠지만 중형급 로펌은 차별성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신생 법무법인과 젊은 변호사에겐 리걸 AI 서비스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학벌, 인맥이 훌륭한 젊은 변호사는 부족한 경험과 콘텐츠가 약점으로 꼽혔는데, 리걸 AI 서비스를 활용해 이를 보완한다면 오히려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형 로펌 및 개인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은 지금도 국내 리걸테크 플랫폼의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월 2만~3만원의 구독료로 구하기 힘들던 1심 판결문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렉시스넥시스가 국내 판례 분석 서비스를 공략할 경우 국내 리걸테크 플랫폼 시장을 단기간에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부분 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대형 로펌은 렉시스넥시스가 선보이는 리걸 AI 서비스에도 주목하고 있다. AI 솔루션을 활용해 방대한 양의 문서와 진술 내용 녹음파일을 순식간에 요약 정리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파트너급 변호사를 돕는 ‘어쏘’ 변호사의 업무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리걸테크의 진격과 별개로 율촌 태평양 광장 등 대형 로펌은 자체 AI 시스템 구축도 서두르고 있다. 고객 정보가 담긴 계약서를 다루는 일이라 외부 플랫폼 활용 시 법적 리스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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