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법률정보업체 렉시스넥시스의 인공지능(AI) 솔루션이 한국에 상륙한다는 소식에 한국 법조계와 리걸테크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스타트업과 로펌들이 법률 분야에 AI 적용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면 국내 기업들은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로펌들이 자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해외 서비스에 종속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렉시스넥시스가 진출한 국가는 150개국에 이른다. 전문 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의 AI 솔루션 출시 소식에 한국 법조계는 긴장하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은 물론 로펌과 법원까지 AI 활용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이 한국에 가장 빨리 종합 법률 AI 솔루션을 내놓아서다.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는 “판례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법률 기업들이 우선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렉시스플러스AI는 미국 법률에 특화된 서비스다. 하지만 국내 시장 공략을 앞두고 한국 법률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300만 건 이상의 국내 판례와 조문, 판결문, 의결권 분석 콘텐츠를 갖춘 업체 케이스노트와 손잡았다. 지난 1월 업무협약(MOU)을 맺고 한국 법률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렉시스넥시스가 한국 법률 특화 AI 서비스를 내놓을 경우 한국 리걸테크 기업들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렉시스넥시스 직원 수는 1만500명이다. 한국 대표 리걸테크 기업인 로앤컴퍼니(51명) 엘박스(49명) 로앤굿(15명) 등과 비교했을 때 규모 면에서 크게 앞서 있다.
렉시스넥시스 관계자는 “우리가 법률 생성형 AI 분야에선 글로벌 선두 기업”이라며 “일단 데이터베이스(DB)만 확보하면 기존에 완성해놓은 기술로 바로 서비스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회사들이 우리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톡이 자체 추산한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갈등 관련 피해액은 3년여간 100억원이 넘는다. 로톡 사태를 지켜본 다른 리걸테크 회사들도 혁신을 주저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9월 로톡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제도 개선 작업은 아직 소식이 없다.
국내 로펌과 리걸테크 업체들도 변호사 업무 보조를 위한 AI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로앤컴퍼니는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슈퍼로이어’를 오는 6월 출시한다. 렉시스넥시스의 AI 솔루션과 비슷한 서비스다. 판례 검색 업체인 엘박스도 다음달 ‘엘박스AI’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다. 인텔리콘연구소는 한국 법률에 특화된 경량화 대규모언어모델(sLLM)인 ‘코알라’를 개발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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