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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가자지구 해안에 임시 항구를 건설하라고 군에 지시한다. 가자 지구 지상에 미군을 투입하는 것 대신 임시 항구를 통해 매일 수백 대의 트럭으로 구호품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둔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며 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이탈하고 있어, 올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정 연설서 임시 항구 건설 발표 예정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영국 BBC 방송 등은 미국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미군이 가자지구에 항구를 건설함으로써 해상으로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간 기준 이날 밤 의회에서 진행하는 국정연설에서 해당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CS)는 전했다.임시 항구는 지중해 연안의 가자지구 앞바다에 건설될 예정이다. 미군이 가자지구 지상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임시 항구가 건설되면 하루에 수백 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도착할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말 가자지구에서 인구 230만명의 약 4분의 1인 57만6000여명이 기근 직전에 놓여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항구를 설치하는 데에 몇 주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로 건설될 항구에는 물, 의약품, 임시대피소 등을 운반하는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다. 초기 선적은 이스라엘의 보안 검사가 진행되는 키프로스를 통해 도착할 예정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 작전은 지상에 미군이 발을 디디지 않아도 된다”며 “미군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해상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보고 받은 작전의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민심 회복 위한 조치인가
지난달 29일 가자지구에서 구호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이스라엘의 총격으로 100여명 이상 사망하는 ‘구호 트럭 참사’가 발생한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항공 투하 방식의 구호품 지원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항공 지원에 더해 해상을 통한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로 임시 항구 건설을 지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BBC 방송은 “인도주의 단체들은 항공 투하는 최후의 수단일 뿐, 급증하는 구호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지난 5일 슈퍼화요일 경선 결과로 아랍계 이민자들의 민심 이반을 확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이러한 조처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하여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아랍계, 무슬림 미국인, 일부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에겐 미시간주, 미네소타주 등 지역의 민주당 경선에서 확인된 이들의 민심 이반을 수습하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우선적 과제다.
한편 하마스 대표단은 휴전협상 타결 없이 협상이 열린 이집트 카이로를 7일 떠났다. 미국은 “이스라엘 인질에 대한 거래에 대한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인질 거래를 완료할 책임은 하마스에 있고, 지금까지 하마스가 병자나 노인 인질을 석방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휴전 협상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대로 하마스 당국자 사미 아부 주리는 로이터 통신에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체결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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