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형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통상 ‘SMR(소형모듈원전)’이라고 하는 이 미니 원전은 꿈의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건설이 간단해 전력 소비 지역에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력산업은 생산도 쉽지 않지만 대규모 송전 시설을 갖추기가 더 어렵다. SMR은 한국이 다시 추진 중인 원전 르네상스를 실현시켜줄 경제성 있는 전력원(源)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SMR의 입지규제다. 입지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미국식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을 뿐 SMR도 엄연히 원전인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형 님비현상도 예상된다. 질 좋고 비용도 싼 전력 생산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지탱해주는 큰 요소다. 규제 혁파를 통한 SMR 적극 건설, 어떻게 볼 것인가.
탄소 발생을 줄이며 기후변화 아젠다에 부응하는 방식의 안정적 전력은 사실상 원자력뿐이다. 하지만 기존의 원전은 한국에서는 해변에만 세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반면 SMR은 규모도 작고 안전도 확보돼 있어 산업단지나 도시 외곽에 지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SMR은 일반적인 대형 원전의 10~30% 정도 크기다. 크기만 작은 게 아니라 방사능 유출 등의 사고 확률도 대형 원전에 비해 1만 분의 1 정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SMR에 대해서는 일반 원전과 다른 규제를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은 2020년 이 분야 선두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SMR 설립을 허가하면서 ‘원전 230m 안에 비상대피 구역 마련’ 정도의 조건만 달았다. 우리도 SMR에서 앞선 미국의 이 기준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기준을 법제화하지 않으면 SMR을 세울 때도 기존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로 20~30km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규제를 없애자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AI 시대에 SMR은 필수 인프라다. 반도체 생산,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SMR 확대다. 규제를 없애 SMR을 산업단지에 적극 세워야 한다.
SMR은 기술적으로도 기존 원전과 많이 다르다. 가령 냉각재와 감속재로 물이 아닌 소금을 사용한다.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하는데, 이런 세부 각론에서도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은 2026년에 SMR 핵심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인데,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대도시 외곽이나 산업단지와 맞붙은 지역에서 핵오염 물질이 유출되는 등 위해요소가 발생하면 대책은 무엇인가. 건강·인명과 직접 관련되는 위험 시설을 200m 정도의 이격 거리에 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안전성을 확인해가면서 입지 규제도 천천히 풀어야 한다. 너무 서둘렀다가 치명적 위험이 드러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폐쇄나 철거는 단순히 비용 문제만이 아니다.
필요한 규제까지 한꺼번에 풀어 SMR에 매진하기보다 전통적 친환경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이제 성장 궤도에 올랐다. 관련 산업이 국내외에서 발전하고 있고, 탄소중립 에너지 사용을 권유·촉구하는 국제적 노력도 여전하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면서 친환경의 무공해 대체에너지를 더 개발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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