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패권주의', '증세없는 안구복지', '민주당 F4'…
외모가 준수한 정치인을 '비주얼'로 띄우면서 '셀럽 정치화'하는 모습은 과거에 주로 야권에서 많이 쓰던 전략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사진 연출에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SNS엔 '커피 CF 같다' '드라마 속 한 장면 같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반면 국민의힘으로 이어진 보수정당은 그동안 이른바 '비주얼 정치'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동안 국민의힘 의원 이미지를 물어보면 많은 이들은 '영남 사투리를 쓰는 50대 이상 중년 남성'을 떠올렸다. 실제 당 주류 '간판 정치인'들이 그렇기도 하다 보니, '영남 꼰대당'이란 말이 고착화될 정도였다.
그러나 4·10 총선을 앞두고는 국민의힘이 "후보자 마스크에 의도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언론 주목도가 높은 서울·수도권 등 전략적 요충지에는 이른바 '수려한 외모이거나 젊은, 산뜻하고 세련된, 엘리트 이미지를 가진' 인물들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가 비주얼에 눈을 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강남 벨트'가 대표적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강남병과 서초을에서 현역 유경준·박성중 의원을 '컷오프'하고, 그 자리에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를 투입했다. 또 현역 의원이 불출마하는 송파갑에는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를 단수 공천했다. 송파을 현역인 배현진 의원(전 MBC 앵커)까지 하면 강남 3구에 앵커 출신만 세 명을 배치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깔끔한 엘리트 강남 보수의 이미지가 극대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출마해 주목되는 경기 화성을에는 한정민 전 삼성전자 연구원을 전략 공천했다. 올해 40세인 한 전 연구원은 이 대표와 1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SNS에서는 188cm가 넘는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때문에 '동탄 훈남'으로 화제가 됐다.
중도층과 3040 표심이 중요한 수도권 격전지 공천에는 특히 후보자 '스펙' 못지않게 '인상'도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용인갑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수원병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수원정 이수정 경기대 교수, 오산 김효은(레이나) 전 EBS 강사 등 전략·단수 공천된 후보들은 대중적으로 호감형이거나 깔끔한 엘리트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모두 정치는 신인이라 신선함도 갖췄다는 평가다. 서울에선 동작을의 나경원 전 의원을 비롯해 동작갑 장진영 변호사, 강서을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마포갑 조정훈 의원 등이 외모 호감도가 높은 편으로 꼽힌다. 부산의 강남으로 통하는 해운대갑에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배치한 것도 마찬가지다.
서울 수도권 험지에선 젊은 후보들을 대거 내세웠다. 구자룡(양천갑), 김병민(광진갑), 김재섭(도봉갑), 이재영(강동을), 이승환(중랑을), 김준호(노원을), 이형섭(경기 의정부을), 곽관용(경기 남양주을), 박진호(경기 김포갑) 후보 등이 대표적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에 본격 등판한 뒤로는 보수의 비주얼 정치가 본격 발현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이미 패션으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73년생 한동훈>의 저자 심규진 스페인 IE대 교수는 "올드하고 촌스러운 느낌의 보수 이미지를 세련된 엘리트 느낌의 뉴보수로 바꿨다"고 해석했다. 심 교수는 국민의힘 공천을 두고는 "보스톤컨설팅에서 파견 나온 구조조정 전문가가 회사 인력을 정리한 느낌"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총선 현수막이나 명함에서 드러나는 후보들의 인상도 부동층이나 중도층엔 영향을 크게 줄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국민의힘이 상당히 치밀하게 심리적인 특성까지 고려해 공천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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