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확신이 들 때까지 머지않았다.”-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긴축 통화 기조를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이제 시작하고 있다.”-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미국과 유럽 통화당국 수장이 7일(현지시간) 글로벌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은 “경제 지표를 더 살펴봐야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가 긴축 통화 기조를 바꿀만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성급한 금리인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6월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어느 시점→머지않았다…하루만에 달라진 파월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서 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더 들길 기다리고 있다"며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그리 멀지 않다. 그때가 되면 긴축 강도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물가 하락세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그의 입장은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그 시점이 "멀지 않았다(not far from it)"는 전망은 "올해 어느 시점(at some point )"이라고 밝혔던 전날 발언보다 더 ‘비둘기적’(긴축 완화 선호)이었다는 평가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으로 시장은 6월 금리 인하설로 무게추를 옮기게 됐다. 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6% 넘어섰다. 전날 70%보다도 시장의 확신이 더 강해졌단 의미다.
미 투자은행 에버코어도 이날 Fed가 초여름(6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며 이날 S&P500지수는 5,157.36에 마감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신중론은 여전하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유럽경제금융센터(EEFC) 온라인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다는 증거를 더 보고 싶지만, Fed가 올해 중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수 있고 시기적절하게 2%로 회복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 없이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미국 2월 고용보고서(8일 발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12일 발표)는 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에 가장 중요한 힌트가 될 전망이다.
◆라가르드 “6월엔 알게 될 것”
같은 날 라가르드 ECB 총재는 ‘6월’이라는 시점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통화정책이사회에서 4차례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분명 더 많은 증거와 정보가 필요하다”며 “이들 지표는 향후 몇 달 내 나올 것이며, 4월에는 조금 더, 하지만 6월에는 훨씬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라가르드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확실히 둔화하고 있지만 자신을 포함한 ECB 인사들은 통화 완화 정책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충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지만 긴축 통화 기조를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이제 시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시장의 6월 금리인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시장은 올해 1%포인트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금리 인하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은 주요 경제지표가 연착륙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유럽은 영국과 독일 등 주요국이 기술적 침체 우려에 빠졌다.
이에 ECB는 통화정책 방향 자료에서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지난해 12월 예측치 2.7%에서 2.3%로 하향 조정는 고무적인 전망을 내놓았으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에서 0.6%로 낮춰잡았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과 유럽의 주가 흐름에서도 나타난다. 범유럽지수인 STOXX 지난 1년 동안 9.3% 상승한 반면 S&P500 지수는 28%, 나스닥지수는 39% 급등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