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E-TECH를 출시하면서 '하이브리드의 대중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대중화의 '포인트'는 가격에서 찾았다. 르노코리아는 XM3 E-TECH의 RE 트림 가격을 지난 1월 기존 3165만원에서 2795만원까지 낮추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17인치 휠 기준) 동급 대비 최고 수준인 ℓ당 17.4㎞다.
이 전략은 시장에서 통했다. XM3 E-TECH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61.3% 크게 늘었다. 올 1~2월 누적 판매량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582대)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146대를 기록했다. XM3 E-TECH 인스파이어 트림으로 지난 11일 서울시 성북구부터 세종시까지 고속도로, 일반도로를 고루 거쳐 왕복 약 250㎞를 시승해봤다.
여기에 소형임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실내 공간도 인상적이다. 실내 공간 크기를 결정짓는 XM3 E-TECH의 휠베이스는 2720㎜로 동급 차량 코나(2660㎜), 니로(2700㎜)보다 넓다. 트렁크 또한 487ℓ로 동급 대비 최고 수준이다.
앞 범퍼 쪽에 골드 컬러로 포인트를 줘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디자인에 특징을 줬다. 르노 아르카나의 최상위 트림에만 적용되던 디자인 패키지로, 르노코리아는 이를 XM3 E-TECH에도 특별 적용했다.
실내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있어야 할 기능이나 사양은 모두 모아놓았다. 독특한 세로형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끈다. 조작하기도 쉬웠다. 메뉴가 직관적으로 표시돼 실수 없이 공조 장치나 미디어를 손쉽게 변경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자동 충전, 자동 실내 탈취 기능, 필터 등의 기능도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높은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데, XM3 E-TECH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 연비는 ℓ당 17.4㎞, 도심구간 연비는 ℓ당 17.5㎞, 고속도로 연비는 ℓ당 17.3㎞다.
주행 성능도 제법이다. 고속 주행은 막힘 없이 안정적이었고, 저속 주행도 편안한 수준이다. 다만 브레이크를 힘 있게 꾹 눌러야 그제야 반응한다는 느낌은 받았다. 고속 주행 시 정숙성이 조용한 편은 아니었으나 도로 면의 충격은 제법 잘 흡수했다. 급 커브시에도 차량이 밀리지 않고 핸들을 꺾는 대로 잘 따라오는 편이었다.
이 차는 시속 50㎞ 이하 도심구간에서는 최대 75%까지 전기차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지만 배터리 용량과 운행 속도에 따라 100% 전기차 모드 선택이 가능하다.
XM3 E-TECH는 전 트림에 오토 홀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 차간거리 경보시스템,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 차선이탈 방지 보조시스템(LKA), 오토매틱하이빔(AHL) 등의 주행 안전 및 편의 기능을 기본 장착했다. 이날 시승한 인스파이어 트림에는 고속화 도로 및 정체 구간 주행 보조(HTA) 기능이 있다.
빨간불 신호에 잠깐 안전벨트를 풀었더니 차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경험도 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안전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시승 차량은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 중 T맵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같이 썼는데, 갑자기 음악이 꺼지는 현상이 일어나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르노코리아의 XM3 E-TECH는 올해 출시될 예정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가 나오기 전까지 르노코리아의 실적을 책임질 볼륨 모델이다. 시승해보니 저렴하지만 있을 건 다 있어서 '실속 있는 엔트리카로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친환경 차 세제 혜택을 반영해 △RE for all 2795만원 △인스파이어(INSPIRE) for all 3052만원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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