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사 간 경쟁 활성화를 통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전환지원비란 소비자가 통신사를 옮길 때 주는 지원금이다. 이통 3사는 전환지원금 지급 방법과 적정 금액에 대해 고심 중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각 이통사는 정부가 발표한 전환지원금 지급액을 두고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시행령을 개정, 번호 이동으로 기존 통신사 약정을 해지하면서 발생하는 위약금, 심(SIM) 카드 발급 등의 명목으로 지원할 수 있게끔 세부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상한선 50만원'은 정해졌지만 실제 전환지원금 지급 여부와 금액은 이통사 자율에 맡겼다. 각 이통사는 전환지원금을 아예 지급 않거나 적게 지원해도 상관없다.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이 최대 50만원에 달하는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와는 온도차가 상당하다. 업계는 과도한 출혈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다. 상용 5년 차에 들어선 5세대(5G) 가입자 확보를 통한 매출 성장이 제한적인 데다 각 통신사가 신사업인 인공지능(AI)과 도심항공교통(UAM) 등에 투자하면서 보조금 지원 확대에 자금을 쏟아부을 여력이 많이 없다는 이유다.
현재 이통 3사의 무선 통신 가입자 중 5G 가입자 비율은 모두 과반이다. 통신사별로 보면 KT 73%, SK텔레콤 68%, LG유플러스 64.3%다. 증가세 자체도 이미 둔화했다. 지난해 5G 가입자 수 증가율은 월평균 1%대에 그쳤고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 증가율은 0%대였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당장 전환지원금과 요금뿐 아니라 AI, UAM, 6G에도 연구 개발비를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장이 정체된 통신 쪽에 큰 금액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단통법 시행령 개정 전에도 번호 이동을 통한 통신사 변경시 암묵적으로 혜택을 제공해온 탓에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번호 이동시 비공식적으로 지급해오던 보조금이 법적으로 명시된 것뿐이고, 공시지원금이건 전환지원금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리점 직원은 "번호 이동시 기종에 따라 지원금이 다른데 현재도 아이폰14프로·15프로의 경우 10만~20만원 사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144만9148개 늘어난 872만1548개 회선을 확보했다. 같은 기간 이통3사의 휴대폰 회선 수는 4744만2178로 전년 동월(4822만2955개) 대비 78만5317개 감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신이 완전 경쟁 시장에 접어들면서 각 이통사는 3사 간 가입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기존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는 게 더 큰 숙제"라고 짚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신 서비스 가입 유형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통신사는 오는 14일부터 번호이동 시 위약금과 심(SIM) 카드 발급 등을 명목으로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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