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단독·빌라 쌓여가는데…재정비는 표류

입력 2024-03-08 17:29   수정 2024-04-02 11:37

경기도에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주택 10가구 중 6가구는 단독주택과 빌라 등 비(非)아파트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주택 밀집 지역의 주거환경 악화와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낮은 사업성 때문에 소규모 정비사업 등이 진행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택지지구를 정비할 때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비슷한 ‘비아파트 정비 지원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천·의정부 주택 노후화 ‘빨간불’
주택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는 8일 경기 수원에서 ‘도시 내 노후주택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열고 경기도 내 ‘중·소규모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주산연이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에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주택 34만9000가구 중 66.5%에 달하는 23만2000가구가 비아파트로 나타났다. 비아파트 가운데 단독주택(16만1000가구)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다세대(3만8000가구), 연립주택(3만3000가구) 순이었다. 지은 지 30년 넘은 주택 중 아파트는 11만7000가구 남짓이었다.

단독주택 기준으로 노후도가 가장 심한 지역은 부천(2만2000가구)이었다. 의정부(9000가구), 성남 수정구(9000가구), 성남 중원구(7000가구), 수원 장안구(7000가구) 등도 노후 단독주택이 많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정비사업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조합 설립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천 고강동에서 추진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총 51개 중 준공한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의정부 가능동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 29곳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사업을 완료한 곳이 한 곳도 없다.

정부가 소규모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2021년 도입한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제도도 지지부진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 내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성남 2곳, 수원·동두천·광명 각 1곳 등 5곳뿐이다. ‘모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에 75곳이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15분의 1 수준이다.
○“용적률 500%…추가 인센티브 필요”
경기도 내 소규모주택정비가 지지부진한 것은 낮은 사업성 때문이다. 서울에 비해 땅값 자체가 낮은 데다 규모가 작고 지하철역 등 역세권에서 떨어진 곳이 많다. 소유자의 연령이 높아 개발 의지가 약한 것도 주택 노후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지현 주산연 부연구위원은 “경기도 노후주택은 소유자 연령이 평균 65.8세에 달하는 등 고령 집주인 비중이 높다”며 “경제적 부담으로 주택 개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내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자율주택정비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가 인센티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음달 시행 예정인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비슷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비아파트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특별법을 적용받으면 준주거지역 기준 최대 75층, 용적률 750%까지 받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상이 택지조성사업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지구 아파트에 한정돼 있다.

주산연은 1~2개 필지에 다가구·다세대 신축을 짓는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사업도 별도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용도지역을 상향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비 시급성이 높은 지역은 먼저 관리지역으로 선정하고, 주민 수시 신청 같은 제도를 통해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업계에서는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해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며 “주차장 설치 기준을 완화하고 50가구 미만 주택은 건축 허가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현/이유정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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