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역사의 오페라가 현대에도 예술의 한 장르로 살아남으려면 (공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세계적 오페라단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피터 겔브 총감독(사진)은 7일(현지시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공연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말했다. 최근 메트로폴리탄오페라가 실적 개선을 위해 젊은 관객이 많이 찾는 현대극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두고 한 말이다.
겔브 총감독은 이날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오케스트라는 오는 6월 19일과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한다.
세계 공연업계에서는 겔브 총감독이 추진하는 오페라단 경영 혁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니 클래식스레이블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그는 과거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더 메트 라이브 인 HD’ 서비스를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약 70개국, 2000여 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고령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오페라 관객 구성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팬층을 유입하기 위한 변화였다. 그의 성공은 공연업계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경영 혁신 사례로 주목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관객이 급감하면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겔브 총감독은 관객의 취향 변화를 고려해 2022년부터 현대극 비중을 크게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올해 메트로폴리탄오페라는 ‘모비딕’과 ‘그라운디드’ 등 대표 현대극 작품을 앞세워 관객을 맞는다.
겔브 총감독은 “오랜 세월 동안 오페라는 멈춰 있었다”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일(현대극 비중 확대)은 수십 년 전에 긴박감을 가지고 시작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대극은 오늘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며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오페라를 살리는 게 우리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은 차세대 마에스트로로 꼽히는 야닉 네제 세겡 음악감독이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캐나다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등 세 곳의 악단을 이끌고 있다. 세겡 감독은 “공연할 때 가장 기대하는 것은 관객의 박수뿐 아니라 반응의 질”이라며 “아시아 관객의 공연에 대한 집중과 긴장감이 느껴질 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6월 내한공연도 세겡 감독이 지휘한다. 첫날 리하르트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클로드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버르토크 벨라의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 등을 무대에 올린다. 둘째 날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5번 등을 선보인다. 엘리나 가랑차(메조소프라노)와 크리스티안 밴 호른(베이스바리톤)도 함께 무대를 꾸린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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