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의대 정원을 9403명으로 정했다. 작년보다 19명 늘었다. 일본 인구는 한국의 2.4배 수준인데, 의대 정원은 세 배 더 많다.
일본은 1960년대 의대 정원이 현재 한국과 비슷한 3000명 수준이었다.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따라 꾸준히 의대 정원을 늘려 1981년엔 8280명에 달했다. 이후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의사 과잉 공급’ 지적이 나오자 정원을 다소 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2007년까지 7625명을 유지했다.
2007년 일본을 발칵 뒤집은 사건이 일어났다. 나라현에서 만삭의 임신부가 출산이 임박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1곳에서 퇴짜를 맞은 뒤 태아를 사산한 사건이다. 일본의 응급의료 체계가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시 의대 정원 확대가 추진됐다.
일본 정부는 2008년 168명 증원을 시작으로 매년 정원을 늘려왔다. 2007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17년간 1778명(23.3%) 증가했다. 일본 역시 핵심은 지역 의사, 필수의료 의사 부족이다.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의무근무 제도’ 등을 도입해 장학금을 주고 일정 기간(9년) 의사가 적은 특정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한다.
그러나 국내에선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중심으로 ‘일본은 의대 정원을 줄인다’는 식의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도 줄이는데 한국은 왜 늘리냐는 것이다. 일부 매체는 이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하는 상황이다.
‘가짜 뉴스’는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왜곡한 결과다. 후생노동성은 매년 ‘의료 종사자 수급에 관한 검토회’를 열어 정책 방향에 참고한다. 검토회에선 매번 ‘의대 정원을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회의 참석자 상당수가 의사단체 대표 등 의료계 인사다. 일본 정부 회의이긴 하지만 의사들이 모여 펼친 주장을 정부 정책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 국민과 의대생은 의대 정원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의사의 40%가 과로사 위험에 직면해 있을 정도로 여전히 의사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일본 의료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의사는 너무 힘든 직업이기 때문에 시간외노동 상한 규제까지 적용한다”며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데 의사들이 파업하는 한국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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