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갈등에 휩싸였다. 농협금융 자회사인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임 방안을 놓고서다.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중앙회가 내부 출신 인사를 앉히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농협금융이 이를 거부했다. 농협금융은 자본시장 전문가가 NH투자증권을 이끌어야 한다고 맞섰다. 경영진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KB 사태’와 ‘신한 사태’가 농협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 7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과 만나 11일 열리는 NH투자증권 임시 이사회에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63)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NH투자증권 사장 후보에는 유 전 부회장과 내부 출신인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57),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60) 등 세 명이 올라 있다.
강 회장은 이와 함께 2014년 농협금융에 인수된 NH투자증권이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다른 자회사와의 협업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부회장은 1988년 농협에 입사해 상호금융 및 기획 업무를 주로 맡았다. 농협중앙회 2인자인 부회장까지 오른 정통 ‘농협맨’이다. 증권업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NH투자증권 이사회가 유 전 부회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하지 않을 경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이 맞붙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농협중앙회는 오는 26일 열리는 NH투자증권 주주총회에서 사장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안 통과를 무산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NH투자증권 최대주주(56.82%)인 농협금융에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형/박재원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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