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1일 11: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30년 SK맨'이다. 1994년 SKC 과장으로 입사해 30년 동안 계열사 곳곳을 돌았다. 그룹 사정을 훤히 아는 그가 최근 5년 새 그룹 지주사 SK㈜ 주식 4300억원어치를 매각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매각자금을 어디에 쓸지를 놓고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이달 5~8일 세 차례에 걸쳐 SK 주식 16만7000주를 320억원에 팔았다. 그는 2019년 8월부터 이번까지 24번에 걸쳐 SK 주식 185만주를 4295억원에 처분했다. 이로써 최 부회장의 SK 보유 지분은 2.76%에서 0.14%로 쪼그라들었다.
최 부회장은 1994년 입사한 이후 회사 주식을 전혀 사들이지 않았다. 그는 2018년 11월 형인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지분 2.34%(166만주), 2019년 7월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0.42%(29만6668주)를 각각 증여받았다. 증여에 따라 보유한 SK 지분이 2.76%로 불었다.
최 부회장이 증여 직후 SK 지분을 더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지분을 늘린 뒤 SK를 인적분할해 오너일가가 계열분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일각의 분석과 달리 최 부회장은 2019년 8월부터 SK 주식을 줄줄이 매각하고 나섰다.
매각 배경을 놓고 증여세 마련용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가 형과 여동생에게 증여받을 당시 SK 지분가치는 5300억원어치에 달했다. 증여세는 2500억~26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매각액이 증여세를 넘어서자 다양한 해석이 따라붙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온을 비롯해 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그가 SK온을 독립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SK온이 비상장사인 데다 기업가치만 수십조원에 이른다. SK 지분 매각자금으로는 SK온의 경영권을 사들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SK 주식을 현금화해서 다른 방식으로 굴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주회사인 이 회사 주가는 사업회사보다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SK 주가는 그가 주식을 증여받은 2018년 이후 꾸준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
그의 매도 행보를 심상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1994년 SKC 과장으로 입사해 1999년 SK텔레콤에서 전무와 부사장 등을 거쳤다. 2004~2012년엔 SK E&S(옛 SK엔론) 부회장을 맡았고 2006~2012년 SK가스 대표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2021년부터는 SK온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룹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그가 SK 주식을 매각한 것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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