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곡 프로코피예프 ‘고전 교향곡’의 출발은 다소 불안했는데, 현악기는 대체로 잘 맞아들어가는 모습이었으나 관악기들은 타이밍이 조금씩 어긋났다. 그런데 그 부조화는 낯선 콘서트홀에서조차 자신들만의 해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시행착오이기도 했을 듯싶다.
앙상블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안정돼 갔고, 그러자 악단의 리더인 대니얼 도즈가 적극적인 몸짓으로 구현하려는 해석의 특징과 매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1악장과 4악장의 역동적인 흐름 속에 촘촘히 새겨 넣은 개성적인 억양과 악센트들, 미뉴에트 리듬을 익살스럽게 비튼 작곡가의 의도를 독자적 감각으로 채색한 3악장 등 매우 흥미진진한 연주였다.
다음 곡인 비외탕의 바이올린협주곡 5번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양인모가 협연자로 나섰다. 양인모는 예의 탁월한 기교와 빼어난 선율 감각으로 이 난곡을 멋지게 소화했다. 전체적으로 표현이 미려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생동감이 있었다.
2부는 스위스의 현존 작곡가 리샤르 뒤뷔뇽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스 Ⅳ-‘그래야만 한다!’’로 시작됐다. 베토벤의 마지막 실내악곡인 현악 4중주곡 16번의 마지막 악장에 나오는 유명한 모티브를 활용한 작품이다. 각 악기 간의 치밀한 주고받음이 관건인 이 곡에서 FSL 단원들은 치열한 집중력으로 최고조에 달한 앙상블을 들려줬다.
공연의 피날레는 모차르트의 ‘주피터교향곡’이 장식했다. 1악장에서는 다시 한번 대니얼 도즈의 적극적인 리드와 개성이 살아 있는 해석이 두드러졌는데, 주제들을 제시할 때 세부 템포를 조정하면서 악구 간 대비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모습에서는 르네 야콥스와 같은 시대악기 연주가들의 영향이 감지되기도 했다.
또 모차르트의 절정기를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푸가가 펼쳐지는 4악장에서도 FSL 단원들은 역시 독자적인 억양과 표정이 담겨 있는 박진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줬다. 마지막 종결부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조금 가려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악곡의 힘차고 당당한 위풍과 다성음악다운 매력을 충분히 부각한 호연이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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