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의대 교수들이 누구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당직을 서고 그 다음날엔 진료와 수술을 하느라 이미 한계상황일 것이다. 몸보다 더 힘든 건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보는 스승으로서의 착잡함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사직서까지 제출하는 것은 그야말로 현 상황을 계속 난국으로 끌고 가겠다는 비이성적 심술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히포크라테스 선서’라고 부르는 ‘제네바 선언’에는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다”는 구절이 나온다. 또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구절도 있다. 두 원칙이 충돌하는 사이에 놓인 게 현재 교수들의 입장이겠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명확하다. 의사와 의대 교수의 존재 이유가 환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의대 증원 외에도 우리 의료체계를 개혁해야 할 부분이 많음이 드러났다. 5~6시간 걸리는 수술인 뇌동맥류 결찰술의 건강보험 수가(296만원)가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20분이면 끝나는 라식 수술(221만원)과 비슷하다고 한다. 필수의료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가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어제 “모든 의료인과 함께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교수들이 중심이 돼 의료 개혁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 계획에 구체성이 없어 믿을 수 없다”고만 해서는 되돌이표다. 교수들이 우선 할 일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이젠 돌아오라”고 얘기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스스로 의료 개혁에 구체성을 담아가는 것이다. 교수들마저 중심을 잃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벼랑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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