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라면 박스 등이 들어있는 컨테이너 아래로 쏙 들어가 거뜬히 이를 들어올려 원하는 곳으로 옮겨주는 자율주행로봇(AMR), 가벼운 물건이 엉망으로 적재된 수납함 안에서 하나씩 쏙쏙 표면을 흡착해 들어올리는 로봇피킹시스템(RPS), 2차전지의 내부 불량 여부를 4초만에 식별해 알려주는 CT 검사장비, 반도체용 이동장비. 이 모든 게 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군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에스에프에이(SFA) 얘기다.
1998년 삼성항공(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동화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SFA는 종합장비회사다. 처음엔 디스플레이를 옮기는 물류장비를 개발했고 2017년부터는 2차전지, 반도체, 유통 등으로 사업군을 확장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SFA(1조179억원)와 계열사 SFA반도체, CIS, SNU 등을 합쳐 1조8812억원이었다.
성장전략은 명확했다. '내실과 외형'. 자체 기술을 활용한 물류로봇 개발을 진행하면서 빠른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에도 공을 들였다. 반도체 후공정업체 STS반도체(현 SFA반도체),전극공정장비 전문업체 CIS를 잇달아 사들인 것도 그래서다. 특히 전극공정장비는 진입장벽이 높아 M&A를 선택했다. 국내 상장사 중 관련 장비업체는 CIS와 피엔티밖에 없다.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옮기는 장비로 시작한 SFA가 한축으로는 제품 다변화를, 다른 한축으로는 M&A전략을 쓴 것"이라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2차전지 모두 물류자동화장비의 기반기술은 동일하기 때문에 빠르게 사업을 전환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부문 매출보다 비디스플레이부문 매출 비중이 더 높아졌다. 디스플레이용 장비 매출 비중은 2017년 86%에서 2019년 61%, 2021년 44%로 낮아졌고 지난해엔 22%까지 줄었다. 비디스플레이부문 매출 비중이 그만큼 늘어서다. 특히 2차전지용 장비 매출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53%로 절반을 넘어섰다. 수주액 기준으로도 비디스플레이부문 비중이 지난해 72%에 달한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물류자동화 설비는 물론 유통업체의 물류자동화 설비 등에서 더 매출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들의 물류센터엔 에스에프에이의 물류자동화로봇(MSC) 등 물류자동화설비가 들어가있다.
그의 목표는 글로벌이다. 최근 AI를 적용한 RPS, AMR과 2차전지 검사장비 등 스마트 장비 개발과 판매에 공을 들이는 것도 해외 업체들의 AI 장비 수요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미주와 유럽 지역의 성장이 가파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수주액은 26%, 해외 74%였다. 지난해 수주총액(1조4535억원) 중 미주가 5007억원, 유럽 2318억원, 중국과 대만 3469억원 등 해외가 1조821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최근 5%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을 블록딜로 처분한 데 대해 시장의 우려가 나오는 것을 안다"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여전히 좋은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데다 여러 회사로 매출처가 다각화돼있어 걱정 없다"고 말했다.
M&A전략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내실 성장과 함께 외형 확대를 위해 좋은 매물이 나오는지 항상 살피고 있다"며 "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회사가 적정가격에 나오면 언제든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경영철학은 "선장이 방향을 잘 지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배가 미국에 가야 하면 그 쪽으로 선두를 돌려야 하고 풍랑이 예상될 때 흔들리지 않게 미리 대처해야 하는 게 선장의 역할"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씻어낼 수 있도록 올해 실적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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