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증권·케이프증권, 다올투자證 주식매입…이병철 회장 '백기사'나서나

입력 2024-03-11 14:42   수정 2024-03-11 22:39

이 기사는 03월 11일 14: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다올투자증권 지분 4.7%를 똑같이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작년 5월 초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에 오른 직후 이들 증권사의 지분 매입이 시작됐다. 두 증권사는 공식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모습 드러낸 이병철 회장의 '백기사'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은 각각 다올투자증권 주식 285만주(지분율 약 4.7%)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중순께부터 장내에서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식 매집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말을 기점으로 동시에 끊겼다. 비슷한 시점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주주명부 폐쇄일 이후 매수를 멈췄고, 최종 주식 보유 수량이 동일하다는 점을 볼 때 업계에선 이들을 이 회장의 백기사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 중원미디어도 다올투자증권 지분 4.8%(294만6309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원미디어는 지난해 말 KB자산운용이 보유한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할 때 케이프투자증권과 함께 인수에 참여해 지분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관광호텔업을 영위하는 중원미디어도 이 회장의 백기사로 추정된다.

케이프투자증권과 SK증권, 중원미디어는 지분 변동 상황을 의무 공시해야 하는 '5%룰'을 피하기 위해 5% 조금 못 미치는 수량의 지분을 사들인 것도 공통점이다. 중원미디어는 4대주주, 케이프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각각 5대주주로 올라섰다. 세 회사의 지분을 합치면 전체 14.2%에 이른다.
회삿돈으로 몰래 경영권 방어 나섰나
케이프투자증권과 SK증권은 이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기 위해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SK증권 관계자는 "당시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여파로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떨어져 시세 차익을 남기기 위해 자기자본을 활용해 단순 투자를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은 이전에도 시세 차익 목적으로 다올투자증권에 투자한 적이 있다"며 "케이프투자증권과 이번 지분 매입 시점과 보유 주식 수가 같다는 건 알지 못했고, 이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5일로 예고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투자에 관한 투자 전략이나 배경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SK증권, 케이프투자증권과 지분 매입에 대해 사전에 협의한 적 없으며 타사가 주식을 매입한 이유와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김 대표와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 측(25.19%)과 김 대표 측의 지분율 격차는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10.85%포인트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이 회장은 주식담보 대출이 많아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떨어진다. 이 회장은 본인이 보유한 다올투자증권 보유지분(24.82%) 중 상당 부분(18.75%)을 담보로 제공하고 164억원을 대출받고 있다.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 때도 이 회장은 백기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3%룰이란 감사위원 선출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백기사의 도움이 없으면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표 대결 시 2대 주주 측의 의결권이 6.87%로 이 회장을 앞선다. 다올투자증권은 오는 15일 주총에서 이상무 에스엘플랫폼 대표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 상황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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