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1일 11: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대한전선이 4625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구주주 청약을 시작한다. 앞서 이뤄진 신주인수권증서 거래는 다소 부진했지만, 최대주주인 호반산업과 주요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유증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
대한전선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한다. 모집가격은 주당 7460원으로 총 4625억원을 모집한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대한전선 시가총액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총 9900억원 규모로 예정된 해저케이블 2공장 및 해외 공장 설립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 2022년 해저케이블 1공장 설립을 위해 4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2년 만에 대규모 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작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유상증자 결정 이후 1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3거래일만에 8521원까지 밀리며 약 22%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8일 88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대한전선 신주인수권증서는 평균 약 1200원에 거래됐다. 신주 모집가격과 당일 주가의 평균 차이(약 1500원)보다 낮은 수준에 거래됐다. 이론상 신주인수권증서 가격은 당일 대한전선 주가와 유상증자 모집가격의 차이에서 형성된다. 신주인수권증서가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주주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IPO를 비롯해 주식 공모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유동성이 넘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한 구주주 청약을 마무리한 LG디스플레이는 구주주 청약 경쟁률이 100%를 넘기며 순항했다.
대한전선의 신주 모집가격보다 현재 주가가 약 20% 낮아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CJ CGV는 신주인수권 거래 당시 이론 가격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구주주 청약에서 90%에 가까운 청약률을 기록했다. 당시 주가가 모집가격보다 약 18% 낮게 형성되서다.
최대주주 호반산업이 적극적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선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최대주주인 호반산업은 이번 증자 과정에서 초과 청약 120%를 결정했다. 청약 물량을 모두 받으면 출자 예정 금액은 2239억원이다.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과 송종민 대한전선 대표이사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도 자사주 및 신주인수권을 매입하며 유상증자 흥행 의지를 다졌다. 김 회장은 올해 초 1억원을 들여 대한전선 보통주 1만600주를 매입했다. 송 부회장은 지난해 말 자사주 1만주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 2월 말 신주인수권 증서 1만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호반산업은 지난 2021년 1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부터 대한전선 지분 40.0%를 2518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2020년 대한전선이 49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당시 1971억원을 출자해 지분율을 40.1%로 유지했다. 호반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는 대한전선이 유일하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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