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송파구, 노원구, 강남구 등 인기 주거지의 재건축 급매물 위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도 크다. 아파트 거래량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매매가 하락에 따른 관망세 지속 등으로 추격 매수세가 붙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한 것은 지난해 9월(3400건) 이후 5개월 만이다. 작년 8월(3899건)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하던 거래량은 12월 1824건까지 줄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자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특례보금자리론마저 소진되면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올 들어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리고, 연 1%대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돼 거래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고가 대비 최대 40% 떨어진 재건축 급매를 저가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가 작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실거래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아파트 거래량 회복세를 이끈 노원구(작년 10월부터 4개월간 거래량 683건), 송파구(563건), 강남구(514건), 양천구(411건) 등의 신축 대비 재건축 아파트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구는 30년이 경과한 재건축 아파트 거래량이 전체의 53.7%로 가장 많았다. 양천구(재건축 비중 41.6%), 강남구(36.6%), 송파구(30.0%) 등도 10년 이하 신축과 10~30년 사이 구축 아파트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전용면적 31㎡)는 올해 거래된 3건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모두 4억6000만원으로, 2021년 거래된 최고가(8억원)에 비해 42.5% 하락한 금액에 팔렸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76㎡)는 올해 6건 손바뀜했다. 평균 거래가격은 23억8000만원으로, 2021년 최고가(28억7000만원)보다 16.8% 내린 수준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가 작년 초 19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25억원 후반대로 회복했다”며 “최근 가격이 바닥은 아니지만 무릎 정도 높이의 급매물이 차례로 소진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 것도 부담 요인이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차주의 DSR 산정 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가산금리가 더해지면 연간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 원금 한도가 낮아진다. 예컨대 기존 부채가 없는 연 소득 7000만원인 사람이 신규 주택담보대출(만기 30년 원리금 균등상환 기준)을 받을 때 기존에는 2억4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가산금리가 적용되면 2억5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대출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며 “1월 거래량이 반등한 건 스트레스 DSR 적용을 피하기 위한 수요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9억원 이하 급매 위주로 거래되는 최근 시장 흐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