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곳곳에는 골판지 성질을 분석하는 장비부터 상자의 압축 강도를 측정하는 기계까지 40여 종의 각종 기기가 놓여 있다. 국내 골판지 생산량 1위인 태림페이퍼의 기술 연구원 11명이 더 가볍고 튼튼한 종이 박스를 개발한다. 태림이 지난달 기존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보랭용 종이 박스로 선보인 ‘테코 박스’도 바로 이 R&D센터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태림페이퍼 R&D센터가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내 골판지업계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제지회사들은 자체 R&D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골판지업계에서는 그동안 보기 드물었다. 내수 위주에 대형 4~5개사가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여서다. 2020년 태림그룹을 인수한 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이 20억원을 투입해 R&D센터의 기틀을 세웠다. 패션 사업을 키우며 차별화된 R&D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김 회장의 결단이다.
R&D센터는 주먹구구로 이어오던 생산 체계를 표준화하고 원가 절감 등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이해성 태림페이퍼 기술연구소장은 “골판지업계에선 50년 넘은 번역서가 유일할 정도로 매뉴얼이 없었다”며 “공정 기술을 집대성한 ‘백서’를 지난해 완성했다”고 했다. 이어 “접착 불량 개선과 원재료 절감으로 매년 20억원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태림페이퍼는 골판지 생산 점유율 국내 1위다. 지난해 국내 최대 신문용지 제조사인 전주페이퍼를 인수했다. 이 소장은 “골심지를 국내에서 가장 낮은 무게로 생산하는 회사가 전주페이퍼”라며 “어느 공장에서 얼마나 생산할지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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