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쇼핑앱의 가장 놀라운 점은 소비자 만족을 최상위 가치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소고기 뭇국을 만들 생각으로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배달앱 ‘허마’에서 소고기 양지 500g을 주문했다. 30분 뒤 도착한 양지 상태가 기대 이하였다. 앱에서 ‘환불’ 버튼을 누르고 ‘신선하지 않다’고 간단한 이유를 작성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 몇 초 만에 전액 환불됐다. 허마뿐만 아니라 징둥닷컴, 타오바오 등 중국 주요 쇼핑앱의 환불 정책은 철저한 소비자 우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게다가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가 국내 업체를 밀어내고 국내 시장을 장악해도 국내 정책 당국은 이를 방어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현행 경쟁법 체계에서는 소비자가 이득을 본 행위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국내 플랫폼 업체들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에 반대한 논리도 소비자 후생 증대였다. 온플법을 거부했던 국내 빅테크의 방패 논리가 알리익스프레스의 조용한 한국 점령을 가능하게 한 창이 된 셈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이 아마존, 알리바바를 뛰어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정부도 골목상권 침해나 돈벌이 문제로 국한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빅테크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론 국내외를 막론하고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확대 행위에 대한 적절한 국가 통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국내 빅테크는 당근이 필요한 시점에 채찍을 든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 시장을 내준 것은 국내 쇼핑 업체들이 자초한 일이다. 극중(克中)을 위해선 지중(知中)이 먼저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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