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사례가 택배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2022년 마련한 택배용 포장 규제다. 택배는 빠르게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국민 한 사람의 연간 택배 이용 횟수는 2000년 2.4회에 불과했으나 2021년 70.3회로 20년간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21년 택배 물량은 2012년 대비 2.6배 증가한 36억3000만 개에 달했다.
그 결과, 택배 포장폐기물 문제가 심화됐다. 택배 포장폐기물은 2021년 전체 생활폐기물의 약 9%인 200여 만t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22년 4월 일회용 택배 포장 횟수를 1회 이내로 제한하고, 포장의 빈 공간 비율을 50% 이하로 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이는 택배 포장 횟수를 최소화하고 가급적 제품 크기에 맞추라는 취지다.
그러나 영업 중인 통신판매업체는 131만여 개에 달하고, 제품 형태와 크기가 다르며 종류도 수천만 가지로 다양하다. 지난 한 해 택배 물동량은 약 40억 개로 하루에 평균 1000만여 개에 달하는 택배를 배송하기 위해서는 자동화시스템과 이에 연계된 한정된 택배상자 종류에 맞춰야만 했다. 또한 수많은 사업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택배 사업 특성상 자칫 혼란과 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
‘마보십리(馬步十里), 우보천리(牛步千里), 동행만리(同行萬里)’라는 말이 있다. 폐기물 자원화 제도 대상이 되는 부분이 여러 산업이 연결된 네트워크 형태라면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빠른 시행보다 조금 더뎌도 정부, 산업계, 그리고 소비자 모두 함께 충분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30년 전 세계 최초로 전국적인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환경부는 전국적인 시행을 앞두고 시·도별 담당자를 두고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었다.
지난 7일 환경부는 업계의 여건을 감안해 2년간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산업계에 자구 노력할 시간을 준 것이다.
정부는 설명서 배포, 원탁 논의, 컨설팅 등 지원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설비, 물류시스템 개선 등에서 재정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류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져 택배포장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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