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월·대리석 취소할게요"…고급화 대신 가성비 택하는 조합들

입력 2024-03-11 18:16   수정 2024-03-19 16:34


그동안 경쟁적으로 단지 차별화에 나섰던 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고급 마감재 적용 및 특화 설계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 부담에 고급화 대신 분담금을 낮추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어서다. 서울에선 기본으로 적용하는 ‘커튼월룩’(유리 패널 외관) 설계를 포기한 조합도 나오고 있다.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먼저 마감재 수준을 낮추는 조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 협상 조건으로 고급화 설계 포기를 선택했다. 앞서 시공사는 커튼월룩 도입과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 설치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2020년 계약 당시 3.3㎡당 512만원이었던 공사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설계 변경이 겹치며 898만원까지 상승했다.

조합은 공사비 증액 요구에 반발하며 협상에 나섰다. 최근 시공사가 830만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조합은 여기에서 고급화 설계를 포기해 공사비를 더 낮출 계획이다. 한 조합원은 “고급화 설계보다 당장 높아진 공사비와 분담금이 걱정”이라며 “조합 집행부도 같은 생각으로 공사비 증액을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재건축·재개발 구역도 비슷한 사정이다.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은 조경과 설계 고급화로 3.3㎡당 660만원 수준이던 공사비가 900만원까지 오르자 고급 마감재 지정 취소를 두고 내홍을 겪었다. 결국 일부 고급 마감재 포기로 새 협상안이 823만원 수준에서 제시됐다. 조합이 지정한 마감재를 두고 내부 이견이 여전해 추가 상승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도 최근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일부 고급 마감재를 포기했다. 2020년 3.3㎡당 490만원이었던 공사비가 지난해 859만원까지 오르자 조합이 지정한 고급 마감재 대신 일반 마감재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변경했다. 공사비는 3.3㎡당 748만원으로 낮췄지만, 일부 조합원은 공사비가 더 오를 경우 설계가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고급화 설계는 지방 주요 현장에도 적용된다. 첨단 고급 설계로 지어야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향후 가격 상승보다 당장 금융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정비사업지가 대출로 돌아가고 있어 공사비 상승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이 크다”며 “최근 조합이 고금리 지속으로 마감재 수준을 낮추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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