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986가구)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최근 예비신탁사로부터 조합원 재건축 분담금이 가구당 최고 9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견적을 받았다. 추진위가 단지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추정 공사비가 3.3㎡당 950만원으로 높아진 게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비(3.3㎡당 583만원)보다 63% 높은 수준이다.
서대문구 홍제3구역도 공사비가 사업 추진의 뇌관이다. 시공사 선정 당시 3.3㎡당 512만원으로 추정한 공사비는 작년 말 898만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초 시공사가 3.3㎡당 830만원을 제시했지만, 조합 내부는 여전히 시끄럽다.
건설사도 재건축 수주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시멘트, 철근 등 주요 자재값이 최근 3년 새 50%가량 뛴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 인원 투입과 주 52시간 근무제, 레미콘 토요 휴무제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해 시공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콧대 높던 재건축조합이 공사비를 올려 재입찰에 나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마포구 마포1-10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29일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나섰다. 공사비는 작년 10월(3.3㎡당 930만원)보다 높은 1050만원을 제안했다. 시공사 선정이 두 차례 유찰된 송파구 잠실우성 4차는 조합이 최근 공사비를 3.3㎡당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증액해 재공고했다.
한 대형 건설사 설계담당 임원은 “과거 아파트 공사 기간은 30~36개월 정도였는데 근로시간 단축, 안전관리 강화 등의 영향으로 40개월이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사비 파동으로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유오상/심은지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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