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가 되면 다양한 건조증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대기가 건조한 데다 꽃가루 등이 날리면서 안구건조증 증상이 심해지고 피부가 건조해져 심한 가려움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많다. 이런 건조증은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 하지만 일부는 몸속 면역체계가 무너져 희귀질환이 생겨 나타나는 건조증 증상이다. 물 없이 말하기 힘들 정도로 구강건조 증상이 심하고 극심한 안구건조증이 3개월 넘게 이어진다면 병원을 찾아보는 게 좋다. 쇼그렌증후군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체 면역계는 외부에서 물질이 침입하면 다양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반응이 외부 침입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외부에서 물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된다. 몸속 정상 조직을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에 나서는 것이다.
쇼그렌증후군 환자들은 침샘, 눈물샘 등 몸 밖으로 액체를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만성 염증이 생긴다. 이들 기관이 망가지면 고유 기능인 분비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자연히 침과 눈물양이 줄고 극심한 건조증을 호소한다. 건조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분비샘에 염증이 있는지, 이를 공격하는 항체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뒤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환자 80~90%는 여성이다. 40~50대 중년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연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쇼그렌증후군의 원인은 특정한 한 가지만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유전적, 환경적, 면역학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샘외증상은 대부분 전신 증상으로 나타난다. 환자 절반 정도가 이런 증상을 호소한다. 피로, 발열 등이 가장 흔하다. 손발 끝에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 레이노증후군, 근육통, 관절통 등이 생기기도 한다. 다만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는 뼈가 깎이는 증상을 호소하지만 쇼그렌증후군 환자가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물 없이 음식을 섭취하거나 말하는 게 힘들 정도로 입 속 건조증이 심하거나 안구건조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피로감이 심하거나 관절염 증상이 함께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증상과 함께 호흡기, 피부, 소화기계에 이상이 생겼다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됐다면 건조증 증상을 줄여주는 치료부터 시작한다. 인공눈물과 인공타액 등을 활용해 건조증 증상을 느끼는 환자의 불편감을 줄여주는 치료를 한다. 피부 건조증이 심하다면 보습제를 활용하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환자의 10% 정도는 혈관염 증상도 호소한다. 심하다면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를 사용해야 한다. 관절통이나 근육통이 생긴 환자에겐 비스테로이드소염제, 항말라리아제 등을 쓰기도 한다.
홍 교수는 “쇼그렌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40대 이후 중년 여성에서 입마름이나 안구건조증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게 조기 진단을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는 평소 물을 자주 마시고 설탕이 들어간 음식 섭취는 삼가는 게 좋다. 식후엔 양치질을 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입 속 건조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연해야 한다. 가습기 등을 이용해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약물을 복용하면 건조증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평소 먹는 약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한 뒤 복용하는 게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