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2일 15: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영풍 간 분쟁에서 고려아연의 ‘백기사(우호적인 제3자)’ 역할을 맡은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가 이해상충 논란에 휩싸였다. 고려아연이 ‘액트’ 운영회사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로 선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액트가 소액주주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수익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26일 액트 운영사인 컨두잇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로 선정했다. 고려아연은 컨두잇에 대해 “전자적 방법에 의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를 맡겼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플랫폼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것이라 관심이 쏠렸다. 액트는 이제까지 다원시스, DI동일, DMS, 대양금속, 아난티, 아미코젠, 알파홀딩스, 엔케이맥스, 이화그룹 3사(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등 중소형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며 표대결을 펼치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왔다. 주로 소액주주의 입장에서 대주주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고려아연과 영풍 간 분쟁을 기점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이상목 컨두잇(액트) 대표는 지난 26일 액트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주주환원율 68%면 지지해주자”며 “회사가 잘할 때 소액주주가 백기사를 서주지 않으면 어떤 회사가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을 하겠느냐”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액트가 회원들의 정보와 소액주주의 응집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수익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액트는 마이데이터와 연계한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내용 등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증권사들도 마이데이터를 통해 의결권 플랫폼을 운영할 기회가 있었으나 회사채나 IPO 등 기업금융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운영하지 못했다”며 “액트가 의결권 위임업이라는 니치마켓을 파고든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액주주 플랫폼이 회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한 데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투자자는 ‘액트’ 블로그에 “고려아연이 액트를 전자 의결권 위임업체로 선정하지 않았더라도 지지했을 것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을 옹호하는 글에서 액트가 고려아연의 의결권 위임업을 맡기로 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밝히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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