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독주 중인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K-오컬트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장 감독은 아리랑TV와 인터뷰에서 "내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은 ‘나’다. 나와 내 주변의 한국 관객에게 집중해 만들었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에 ‘주제’를 넣자는 주의는 아니다"라면서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영화 ‘파묘’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렸을 적 살던 마을 뒷산에 있던 묘가 이장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 "당시 굿을 하던 현장이나, 관을 올리는 모습이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장르라는 틀 안에서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원래 좀 더 그로테스크하고 음침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코로나 등으로 다시 어렵게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과 긴장감을 최대한 감안해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후련함을 주고 싶었는데, 그것이 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파묘'를 먼저 선보인 일은 언급하며 "외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무서울 때는 무서워하지만, 재미있을 때는 크게 웃더라"면서 "엔터테인먼트로 좋아해 주는 반응이 의외였고, 영화를 본 이후에도 한국 문화에 대해 더 궁금해했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한국의 토속 신앙 같은 ‘한국적인 것’을 해외에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제작 준비할 때부터 있었느냐'는 질문에 "영화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러 갈 것인가"라면서 "나를 비롯한 한국 관객을 위해 집중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파묘'가 서양의 호러 영화나 엑소시스트와는 다른 점에 대해서는 "한국 무속인들은 일이 벌어진 '이유'를 찾아가는 사람들로, 산 자와 죽은 자의 통역사의 역할을 한다"면서 "외국의 호러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제 영화는 ‘전문가’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를 파헤쳐가는 미스터리 구조가 중심"이라고 차이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차기작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들 때 주제를 정해놓고 만들자는 주의는 아니다"라면서 "영화가 끝났을 때 관람객이 어떤 감정이 드는지가 중요하고, 그것을 향해 간다. 다음에 제가 어떤 작품을 갖고 나온다면, ‘이래서 파묘를 찍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장재현 감독과의 대담은 오는 13일 오후 5시 아리랑TV 'The Globalists'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는 개봉 이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기록하며 80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배급사 측은 해외 133개국 공개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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