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현재 가동 중인 여수 SM공장(연 15만t) 생산 라인을 이달 말 세우기로 했다. 지난해 1개 라인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나머지 1개 라인도 멈춰 세우기로 한 것이다. LG화학은 이 공장에서 일하는 40여 명을 다른 공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충남 대산 SM공장(연 50만t)을 철거한 만큼 SM 생산을 완전 중단하는 셈이다. 합성수지(ABS) 합성고무(SBR) 제조에 쓰이는 필수원료인 SM은 중국 기업들의 증설로 가격이 폭락한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LG화학은 대산공장의 EO 및 EG 생산을 접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세제(EO)와 폴리에스테르 섬유·필름·부동액(EG) 등을 만들 때 들어가는 이들 소재 역시 최근 몇 년간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중국 EO 생산공장 지분을 중국 기업에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합성수지 중 하나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린 것이나 충북 청주·오창의 정보기술(IT) 필름 공장을 중국 기업에 매각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만큼 직접 생산하기보다 밖에서 사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석유화학 기업도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원료 사업인 부탄다이올(BDO) 사업 진출을 검토했다가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면서 ‘공급 과잉’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지난해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범용 제품으론 이 수치를 지킬 수 없는 만큼 아직 중국과 기술 격차가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LG화학이 찾은 성장동력이 △친환경 △배터리 소재 △제약바이오다. 범용 제품을 판 돈을 여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등은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 자동차, 가전,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스페셜티’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저가공세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체가 위태로워졌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사업 재편에 성공하면 향후 더 큰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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