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형태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그 ‘끝판왕’은 사람을 꼭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 로봇은 단순히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해주는 걸 넘어 ‘마치 사람처럼’ 손과 발을 활용해 다양한 일을 척척 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100년 전 나온 자동차가 삶의 방식을 바꾼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도 세상을 바꿀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먼저 투입될 곳은 산업현장이다. 가장 앞선 곳은 테슬라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테슬라의 ‘옵티머스 2세대’는 기존 모델보다 무게가 약 10㎏ 줄고 보행 속도는 30% 빨라졌다. 키 172㎝, 몸무게 56㎏으로 한국 성인 남성과 비슷한 체격을 갖춘 이 로봇은 시속 8㎞로 움직이며 20㎏의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다. 가격도 2만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테슬라는 이 로봇을 3년 내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을 운반하는 데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로봇기업 어질리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은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입됐다. 카메라와 센서를 갖춘 머리와 두 팔이 달린 디짓은 구석에 있는 물건을 집어서 제 위치로 옮기는 일을 한다. 아마존의 물류창고 운영비를 끌어내릴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내장 카메라와 3차원(3D) 센서가 장착된 이 로봇은 물건의 모양을 감지해 두 손으로 집어들 수 있다. 1년 전 집게손가락 수준에서 현재는 두 개의 관절을 갖춘 손가락 세 개를 움직이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이 로봇 역시 산업현장 투입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점찍은 로봇기업 피규어AI가 1년 전 공개한 ‘피규어AI’도 사람과 비슷한 크기다. 피규어AI는 두 다리 보행이 가능해 쌓여 있는 상자를 컨베이어벨트로 옮기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BMW는 이 로봇을 곧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은 비싼 데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진 탓에 주로 연구용으로만 쓰였다”며 “최근 기술 수준이 급격히 고도화한 만큼 조만간 산업 현장에 앞다퉈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마케츠&마케츠는 올해 18억달러 정도인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8년에는 13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채연/최예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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