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 방사능 오염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에서 방사성 물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벌레가 발견됐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 주위에 사는 벌레를 분석한 결과 방사성 물질에 면역력을 가진 선충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북서쪽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전 4호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당시 화재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과 원전 직원 등 31명이 방사능에 노출돼 3개월 안에 숨졌으며, 피폭(被曝)과 방사능 후유증 등으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사고 이후 주변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면서 인근 30㎞가 출입금지구역(CEZ)으로 지정됐지만, 다양한 동식물이 이 지역에서 계속 번성 중이다.
뉴욕대학 연구팀은 출입 금지 구역에 사는 일부 동물이 다른 지역의 동물과 신체적, 유전적 차이를 연구했다.
특히 방사선이 DNA에 미치는 영향과 특정 종에게 자연적으로 방사선에 더 강한 저항성을 갖도록 진화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게놈(유전체)이 단순하고 번식이 빠른 벌레인 선충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체르노빌을 포함해 방사선이 나오는 지역 등에서 사는 선충을 수집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체르노빌에 사는 특정 선충의 유전자가 방사선으로부터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벌레는 어디에나 살며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일반적인 척추동물이 성숙하기 전에 이미 수십 세대의 진화를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체르노빌 지역이 방사선에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일부 선충류의 경우 강한 회복력이 있고 극한의 조건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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