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까먹은 개인사인데요. 상기시키지 말아주세요.(웃음) 시간이 오래됐으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아요."
배우 이지아는 신비주의의 상징이었다. 2008년 MBC '태왕사신기'의 주인공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이지아는 사생활 노출도, 예능 출연도 거의 없이 작품으로만 연예계 활동을 이어왔다. 배우로 활동하며 연애설도, 이혼 소식도 알려졌지만, 이지아는 이에 대한 언급보다는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JTBC 수목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를 택했다고 했을 때, 그 소재와 캐릭터의 색깔을 두고 일각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용서받기 힘든 남편에게 대응해 이혼을 택하고,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밝고 똘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
현장에서는 털털한 성격으로 "형"이라 불렸다는 이지아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예능을 어려워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저를 너무 고상하고, 신비주의로 봐주시는 거 같았다"며 "그런 반응들이 신기하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정희선) 작가님께서도 저를 생각하고 대본을 쓰셨다고 하셨는데, 실제 성격을 보신 후 '잘 어울리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개인사 때문에, 이혼을 소재로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이를 연결해서 보는 시선들에 대한 우려는 없었냐"는 우문에, 이지아는 "저도 까먹은 개인사"라며 유쾌한 웃음으로 답했다. 더불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자체가 이혼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시선이 아닌가 싶다"며 "이혼이 흠이 아닌 사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끝내주는 해결사'가 악질 배우자로부터 시원시원하게 이혼 소송을 승소로 이끄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악질 중의 악질이 배우자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데, 그걸 당하게만 하지 않고 해결해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해결사로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게 히어로 같았어요. 그런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사라 같은 사람이 있다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해볼 거 같더라고요."
사라는 '끝내주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각종 위장술은 물론 건물 외벽을 타고, 냉동 창고에도 갇히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다. 특히 작전을 마무리하며 선보이는 발차기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상대역 강기영의 캐스팅을 위해 지인을 수소문할 때에도 헬스 트레이너에게 문의를 할 만큼 '운동 마니아'라는 이지아는 "제가 액션을 좋아한다"면서 대부분의 장면을 "욕심내 촬영했다"고 말했다.
"데뷔 때부터 액션 스쿨을 오래 다녔고, 전작 tvN 판도라:조작된 낙원'에서는 살인 병기였는데, 그때보단 더 쉽게 촬영했어요. 진짜처럼, 실감 나게 보이려 욕심을 많이 냈어요."
평소엔 운동하고, 우주, 게임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게 취미라는 이지아는 '끝내주는 해결사'를 준비하며 "이혼 관련 콘텐츠를 보게 됐는데, 현실은 더하다"면서 웃었다.
"저는 남의 얘기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누가 그랬대.' 하는 것에 관심이 없거든요. 제 관심 분야에 지식을 습득하거나, 전문가들의 얘기에 관심이 있었기에 평소엔 그것들을 중심으로 유튜브를 봤어요. 그러다 문제적 결혼생활을 찾아본 건데, '우리 드라마 속 케이스들을 볼 때 사람들이 이럴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웃음) 문제적 상황을 보며 '사라라면 어떻게 도와줬을까' 하며 상상도 했고요. 특히 충격적이었던 사례는 해외 성매매로 에이즈에 걸린 남편이 이를 숨겨 아내도 에이즈에 걸리고, 임신한 아이까지 에이즈가 됐다는 거였어요. 그런 걸 보다 너무 화나면 끄고, 밥을 챙겨 먹고, 게임 유튜버들 방송을 보고 했죠.(웃음)"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솔직하고, 화끈한 입담의 이지아는 최근 화제가 됐던 유튜브 채널 '짠한형' 속 음주 방송을 언급하자 "얼굴이 퉁퉁 부어서 나오지 않았냐"며 "예쁘게 나오려 괄사를 했다가 잘못 만져서 그렇게 됐다"고 후일담을 털어놓아 폭소케 했다. "사람들이 너무 저를 다른 캐릭터로 보는 거 같아 용기를 내 예능에 나가게 됐는데, 반응이 좋아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거 같다"면서 "평소에 '짠한형'을 재밌게 봤는데 나가서 좋았다. 다음에 궤도의 채널에도 나가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희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실제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보다 유쾌한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제가 코미디에 욕심이 있거든요. 다른 사람을 웃기는 걸 좋아해요. 슬랩스틱도 가능합니다.(웃음) '끝내주는 해결사'를 하면서 더 강도가 있는 코믹물을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코믹 멜로도 좋고요. 다양한 연기에 대한 갈증은 늘 있는 거 같아요. 악역도 좋아요. 그동안 제가 한 악역은 '오늘의 탐정'에서 사람 죽이는 귀신 정도인 거 같아요."
꾸준한 연기 활동과 함께 초록우산 고액 후원자 모임의 멤버일 정도로 기부활동도 이어오고 있는 이지아다. 이지아는 교육 불평등을 겪는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4년째 IT 기기 지원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국내외 아동 후원 활동도 하고 있다.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방향은 많은데,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사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여럿 있었는데,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해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친구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후원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가끔 손편지도 주고 받아요. 제가 누군지는 모를 거예요.(웃음) 그런 내용은 쓰지 않아요. 후원하는 누군가라 알고 있을 거 같아요. 그렇게 교류하는 게 좋아서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계속하고 싶더라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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