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떨어지는데 전세는 계속 오르네…차라리 사버릴까?

입력 2024-03-13 16:35   수정 2024-03-13 16:47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주택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전세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갭(매매와 전셋값 차이)을 활용한 매매가 활성화되고 매매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르는 식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셋값은 40여 주째 오르는데, 매매시장은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14주 동안 연속 하락하는 등 거래 절벽에 따른 하락세를 겪고 있다.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일부 세입자는 계약갱신 대신 주택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매매시장 침체 속에서 알짜 매물을 고른다면 큰 부담 없이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전셋값 오르자 “차라리 살래”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87.1을 기록하며 저점을 찍은 이후 올 1월까지 7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전세가격지수가 89.8을 기록한 이후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에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1월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격지수는 85.9로, 지난해 12월(85.7)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전셋값은 91.6에서 0.03포인트 떨어지며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서울은 1월 기준 아파트 전세가율이 54.0%로, 지난해 7월(52.7%)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6.1%에서 66.8%로 0.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전세가율이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오른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은 “매매 관망세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는 등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역세권 단지 위주로 임차 문의가 꾸준한 상황”이라며 “신축 및 수리 상태가 양호한 전세 위주로 상승거래가 발생하며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전세 매물을 찾는 세입자 중에선 매매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었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수도권 분양 단지마다 청약에 도전하고 있다. 전셋값에 대출 금리까지 오른 상황에서 차라리 내집을 빨리 마련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청약 당첨이 어려울 것 같아 최근에는 미분양이나 보류지도 적극 알아보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금이 매매시장 저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 대신 내집 마련에 도전하는 경우가 늘면서 수도권 청약 시장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파주시에서 분양한 ‘운정3제일풍경채’는 1순위 평균 371.64 대 1로 청약을 마쳤다. 지난해 분양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다. 전용면적 84㎡ 단일 구성으로 분양에 나서며 실수요자의 호응을 받았다. 지난해 분양한 롯데건설의 ‘검단신도시 롯데캐슬 넥스티엘’은 평균 111.51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GS건설이 경기 안양 석수동에 공급한 ‘안양자이 더 포레스트’는 1순위 청약 결과 115가구 모집에 1194명이 몰렸다.
○선착순·분양권 등 전략 다양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수도권 청약 단지의 분양가가 크게 올랐지만 옥석을 가리면 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공사비가 크게 오른 데다 고금리로 인한 금융 부담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기준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2501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2434만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75% 오른 셈이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청약 단지엔 청약통장이 몰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된 ‘메이플자이’는 8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만5828명이 청약통장을 썼다. 지난해 경기 화성에서 공급된 ‘동탄레이크파크자연&e편한세상’도 주변 단지보다 1억원가량 저렴한 분양가에 평균 246.7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주변 시세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공급하는 다른 단지 분양가를 따져봐야 한다”며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더 크게 오를 수 있어 청약에 적극 도전하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높은 경쟁률과 고분양가 때문에 청약이 어렵다면 분양권을 노려볼 수도 있다. 분양권은 최근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웃돈이 없는 매물은 청약보다 내집 마련이 쉽고 저렴한 게 장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월 전국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3708건으로, 지난해 12월(3137건)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선착순 계약 물량도 고려할 만하다. 선착순 계약하는 단지 중에선 계약금 정액제나 잔금 유예, 중도금 대출 이자 지원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은 곳이 적지 않다. 기존 청약에서 미달된 단지이기 때문에 분양가와 입지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고분양가 논란으로 선착순 계약하는 단지 중 최근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곳이 상당수”라며 “금융 부담을 덜 수 있고 경쟁이 없기 때문에 내집 마련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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