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용량이 많이 푸짐한 느낌을 주는 '거거익선(巨巨益善)' 신제품으로 소비자 지갑 열기에 나섰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배부른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메뉴로 승부수를 던지는 모양새다.
버거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13일 롯데GRS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지난달 29일 크기를 강조한 돈가스 패티가 특징인 '왕돈까스버거'를 한정 메뉴로 선보여 한 주 만에 30만개 넘게 팔았다. 단품 가격이 7500원으로 기존 주력 메뉴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크기를 강조한 신메뉴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경양식 돈가스 메뉴를 버거로 재해석한 왕돈까스버거는 지난해 12월 시범 운영을 거쳐 정식으로 선보이게 됐다. 특히 식욕이 왕성한 20~30대 남성에게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운영 기간 20~30대 구매비율이 77%, 남성 구매 비율이 약 73%에 달했다. 사전 운영을 통해 장단점을 개선한 뒤 정식 판매에 들어가 판매량이 한층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 매장별 평균 판매량이 목표치를 10% 상회했다. 특히 정식 출시 후 일주일간 판매량은 시범운영 당시보다 약 50% 잘 팔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리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얼굴을 가리는 버거의 크기를 강조한 숏폼(짧은동영상)을 올리고 이벤트를 벌이며 홍보에 발 벗고 나섰다.
맘스터치도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콘셉트의 순살치킨 '싸이순살맥스'를 내놨다. 기존 1~1.5인을 위한 순살치킨 '후라이드싸이순살'을 2~3인이 즐길 수 있도록 중량을 약 56% 늘린 제품이다. 케이준양념감자와 치킨무, 허니머스타드 소스를 동봉한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경기 불황 속 높은 외식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가심비 높은 치킨 선택권을 제공하고자 신메뉴를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파파이스 역시 가성비를 내세운 1인 치킨 메뉴 '어썸 치킨 플래터'를 선보였다. 8900원에 브랜드 대표 치킨 3종인 시그니처 치킨, 케이준 스파이시 윙, 레그 순살 치킨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한솥도시락은 3월 한정 메뉴를 출시하며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4900원짜리 '제육돈까스 도련님'을 내놨다. 기존 스테디셀러 '돈까스도련님'보다 100원 비싸지만 가라아게 대신 제육볶음과 함께 7종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메뉴다. 한솥도시락 관계자는 "가라아게 2개를 뺀 대신 단가가 더 비싼 제육이 추가돼 가성비가 뛰어난 메뉴"라면서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선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이 크기가 커 푸짐하거나 가성비가 돋보이는 먹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에서 올해(2월 말 기준) 세트 가격이 5000원 이하인 가성비 메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5000~7000원대 세트 메뉴 매출 증가율(4%)의 네 배가 넘는 수준이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편도족'이 늘어난 가운데 대용량 간편식 상품도 인기다. 편의점 CU가 선보인 삼각김밥 4개를 하나의 큰 삼각형 용기에 담은 ‘슈퍼 라지킹’ 삼각김밥은 사흘 만에 2만개 넘게 팔려나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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