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보다 낫다"…'LPG 포터' 20년 만의 화려한 부활

입력 2024-03-14 08:00  


"집밥 먹일 곳이 마땅치 않아 LPG로 갑니다." 1t 화물차 주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글이 올라온다. '집밥'이란 전기차 차주들이 집처럼 안정적이고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장소를 뜻하는 은어다.

지난해 디젤 포터가 단종되자 전기 동력계보다는 LPG 포터로 판매량이 쏠리는 분위기다.

13일 대한LPG협회와 현대차 등에 따르면 올해 1~2월 LPG 포터는 각각 4768대, 6093대씩 팔렸다. 반면 전기 포터는 4대, 262대가 팔렸다. 1~2월은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은 판매 비수기 기간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월등한 판매량 차이다.

현재 팔고 있는 1t 트럭 포터 모델은 LPG와 전기뿐이다. 올해부터 소형 택배 화물차나 어린이 통학 차량은 디젤차 신규 등록이 금지되면서 현대차는 지난해 디젤 포터를 단종했다. 그러면서 2003년 단종됐던 LPG 포터가 20년 만에 부활했다.

LPG 차량 시장도 커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등록된 디젤차는 전년 동월 대비 55.3% 줄어든 1만1523대를 기록했다. 반면 LPG 차량은 같은 기간 137.7% 급증한 1만1730대로 등록 대수에서 처음 디젤 차량을 제쳤다.
전기 화물차는 불편...반사이익 받는 LPG?
이처럼 LPG 차량이 화물 전기차보다 주목받는 데는 편의성이 낫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포터2 일렉트릭은 100kW 기준 급속 충전 시 최대 47분이 소요된다. 충전 시간도 긴데 1회 충전거리는 211㎞로, 포터를 몰고 장거리를 뛰는 소상공인은 자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때문에 350kW급으로 급속 충전 기능을 사용해 최대 18분이면 80%까지 충전되는 일반 전기 승용차 차주들과 충전 문제로 다툼을 빚기도 한다.

LPG 1t 트럭의 장점이 디젤 수요를 어느 정도 끌어들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숙성이 확보됐고 디젤 트럭보다 힘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많다. 현대차는 포터2 LPG 트럭의 엔진 출력을 디젤 대비 18% 높였다.

저렴한 유지비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1t LPG 트럭으로 연간 1만8000㎞ 주행 시 동급 디젤 모델보다 약 70만원 절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전기차는 현재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디젤이 단종된 상황에서 판매량이 LPG에 쏠릴 수밖에 없다"면서 "충전 등 가장 고질적으로 지적되는 불편함이 해결될 경우 전기 화물차 판매량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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