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조한 연금수령 비중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중도인출 및 해지 제한, 가입 단계 세제 혜택 집중 등 세제 지원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퇴직연금개발원은 지난 8일 은행연합회에서 '퇴직연금 발전을 위한 조세정책방향'을 주제로 제2차 퇴직연금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외에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과장급 담당 공무원이 모두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주요 발제자로 나선 김대환 동아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저출생, 저성장, 고령화를 고려하면 부과방식이 아닌 적립방식의 연금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순수 적립방식의 퇴직연금 비중이 획기적으로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환 교수는 먼저 가입·유지·수령 3단계에 걸친 세제혜택에 있어서 전반적인 제도개편이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가입단계에서는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이 저조한 점이 지적됐다. 2022년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335조원, 가입자 695만명이나 30인이하 사업장의 전체 퇴직연금 도입률은 23.7%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재 세액공제방식의 세제혜택은 면세점 이하 근로자, 실업자, 무직자에게 가입 유인이 되지 못하고 소득공제한도도 선진국에 비해 낮은 점도 문제다.
김 교수는 △세액 지원의 유인이 없는 면세자 등 저소득근로자에 대해 기여금의 일부를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등 적극적 지원방안 △여성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호주와 같이 무직 배우자를 위해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 △세제혜택을 받는 납입금 한도 확대 및 개인연금과 분리 운영방안 등을 제시했다.
유지·수령단계에서도 중도 인출 사유가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제도적으로 중도해지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중도 인출은 연간 5만명, 2조원 규모며 신규 가입이 100만명 수준인데 중도해지가 연간 100만명, 14조원에 달하는 것도 문제다.
일시금과 연금의 세제 혜택의 차이가 미미한 것도 퇴직연금 유지가 약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 세법상 20년 근로에 퇴직급여 1억원인 경우 일시금 수령시와 20년 연금 수령시 세액과 세율차이가 94만원(0.94%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연금 수령 비율은 계좌기준으로 4.3%에 불과하다.
연금수령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IRP 계좌에 대한 원칙적 해지 금지, 담보 대출 활성화 등으로 중도인출 최소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계층 근로자의 경우 소득 흐름이 불안정한 점을 고려해 연 단위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방식에서 미충족 납입액의 경우 이월을 허용해 적립금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유인하는 방식도 제시됐다.
그밖에 △퇴직연금 세액공제금을 근로자 IRP 계좌에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방안 △수령단계에 세제지원을 축소, 폐지하고 가입단계에 집중지원하는 방안 △한시적으로 고령자의 세제지원 납입금 한도를 대폭 상향해주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은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청년층 포함 생산가능인구의 노인부양율 급증이 현실화되었다”면서 "포럼이 세제라는 경제적 유인체계를 활용해 이러한 성공요건을 갖추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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