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주고 싶어요…90살이 넘도록 이렇게 살아왔어요."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년간 장애인을 위해 봉사해온 박춘자 할머니가 2021년 청와대 기부·나눔 단체 행사에 초청받아 한 말이다.
그런 할머니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월세 보증금을 기부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향년 95세.
1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박 할머니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살고 있던 집의 보증금 5000만원을 기부하고 지난 11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열 살 무렵 학교를 중퇴한 할머니는 2008년 "돈이 없어 학업을 놓아야만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3억원을 초록우산에 기부했다.
또 박 할머니는 지적장애인 11명을 집으로 데려와 친자식처럼 돌보며 수녀원에 장애인 그룹 홈 건립 기금 3억원을 전달했다.
이후에도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나눠야 한다"며 기부를 이어갔고, 2021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LG 의인상을 받기도 했다.
박 할머니는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아 돈을 번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렇게 (번 돈으로)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너무 행복해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고 말한 사람이었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소망장례식장에서 열렸으며, 박 할머니는 화장 뒤 안성추모공원에 안치됐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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