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했다. 기존 오너 일가와 사모펀드 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100년 기업’을 향한 새 도약을 이뤄낼지 이목이 쏠린다.
남양유업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4년 3월 13일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신념으로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했다.
당시 한국은 낙농업의 불모지로, 분유가 없어 태어나자마자 배고픔에 고통을 겪는 아기들이 적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1967년 국내 최초의 국산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선보였다. 1970년대에는 천안공장에 이어 ‘모유 과학의 산실’로 불리는 세종공장을 신설하며 분유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지난 20년 동안 남양유업은 4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유제품업체 중 가장 큰 제조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시작으로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리며 ‘블랙기업’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2021년 4월에는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홍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2021년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지분 53%를 3107억원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뒤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지난 1월 대법원은 홍 회장이 당초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달 31일 남양유업 최대주주가 홍 회장에서 한앤코로 변경되며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남양유업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한앤코 측 인사들을 신규 경영진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다만 작년 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주총이 소집돼 여전히 최대 의결권(지분 52.63%)을 지닌 홍 회장 측이 고문 선임과 가족 임원 예우 등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한앤코 측으로 경영진 교체가 완료된 뒤 사명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 현재 사명은 창업주 일가의 성인 ‘남양 홍씨’에서 따왔다. 남양유업은 올해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 등 건강기능식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60주년을 맞이한 신제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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