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경남 김해시의 ‘이안 센트럴포레 장유’ 아파트 입구엔 장기간 유치권 현수막이 걸려 있다. 50여 개 협력업체는 시공사 대우산업개발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1년 넘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미분양 증가,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고금리 같은 악재가 쏟아져 건설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지 못하면 시공능력평가 200위권 이내 중견 건설사까지 줄줄이 무너져 건설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새천년종합건설, 중원건설, 씨앤티종합건설 등 7곳이다. 지난달 26일에는 통일그룹 계열 선원건설(시공능력평가 122위)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충격을 줬다. 경기 가평 지역주택조합(420가구)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공동주택(23가구), 성동구 용답동 오피스텔(196실),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98실) 등의 현장에서 공사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부터 미분양 문제로 건설사 리스크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분양에 따른 공사 미수금으로 손실 반영이 커질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3755가구로, 지난 1월(6만2489가구)보다 2% 증가했다. 지난해 3월부터 9개월 연속 줄어들던 미분양이 12월 증가세로 돌아선 뒤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위험 수위로 보는 ‘미분양 6만 가구’를 두 달 연속 넘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유동성에 타격이 불가피해 중대형 건설사의 연쇄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건설사가 급증하고 있다”며 “2~3년 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PF 우발채무 리스크 확산 속에 고금리 조달에 따른 건설사의 차입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새롭게 대출이 실행된 부동산 PF는 7건뿐이다. 그나마도 기존에 있던 대출을 차환하기 위한 PF 대출이 절반이고, 신규 공급을 위한 대출은 손에 꼽는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올해는 신규 사업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방침”이라며 “금융회사에서 ‘대형사는 대출이 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금리 부담이 크고 시장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사는 사업 축소와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A사는 지난해 수도권 토지를 모두 매물로 내놨다.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 아파트용지 처분에 나선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연장하는 브리지론 금리가 연 10%를 훌쩍 넘는다”며 “더 이상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손절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다주택자 세제 완화 같은 수요 진작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진 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다주택자의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등록임대사업 유형에 아파트를 포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안정락/유오상/이인혁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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