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가 구매한 지 90일 이내면 무조건 반품 또는 100% 환불해주는 소비자 친화책을 14일 내놨다. 정부가 전날 소비자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며 중국 e커머스 규제안을 내놓자 하루 만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는 3년간 한국에 11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투자해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한국 판매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날 내놓은 소비자 보호 방안의 핵심은 파격적인 반품·환불이다. G마켓 11번가 쓱닷컴 등 국내 e커머스 대부분은 소비자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을 ‘배송완료 후 7일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 7일이 지난 제품은 잘못된 배송, 상품 파손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반품·환불을 받아준다. 쿠팡이 이례적으로 30일까지 받아주고 있지만, 이는 유료 멤버십 ‘와우’에 한정된 것이다.
알리의 경우 90일 조건이 배송일이 아닌, 결제일 기준이긴 하지만 유통업계는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한다. 알리는 지금까지는 결제 15일 이내에만 반품·환불을 받아줬다. 이 기간을 약 6배 늘린 것이다.
‘배송 약속’이란 서비스도 내놨다. 판매상품에 ‘5일 배송’ 또는 ‘7일 배송’으로 표시돼 있다면 14일 이내에, 그 이외의 상품은 30일 이내에 도착하지 않으면 100% 환불 조치한다. 배송 약속을 어긴 게 확인되면 주문당 1300원짜리 쿠폰을 신청해 받을 수도 있다. 알리는 이날부터 전화상담이 가능한 콜센터를 한국에서 운영하기로 했다. 콜센터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알리바바는 한국 판매자 상품의 수출에도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한국 상품 발굴을 담당하는 ‘조달센터’를 세우고, 오는 6월엔 수출 창구 역할을 할 글로벌 판매채널까지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라자다’, 스페인의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계열의 해외 쇼핑 앱에서도 한국 상품을 넣을 방침이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한국에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판매자와 협력해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통사들은 알리의 공세에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알리처럼 중국산 초저가 상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판매자마저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e커머스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 유통산업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안재광/양지윤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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