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가 방문한 판매점 7곳 중 어느 곳에서도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다. 전산 등 실무적인 준비가 되지 않아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며칠 더 걸린다는 게 판매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A 판매점 관계자는 “정확한 지침을 전달받은 게 없어서 추가 지원금은 주기 어렵다”며 “통신사 마케팅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그렇게 큰 변화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테크노마트를 찾은 한 시민은 “수시로 통신사를 옮겨 다니는 ‘메뚜기족’만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초고속인터넷 등 스마트폰과 다른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약정 때문에 통신사를 바꾸는 게 부담스럽다”고 푸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날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고시 개정안을 의결했다.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해 이용자 혜택을 늘리겠다는 취지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이용자 차별’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번호이동 고객에게만 지원금을 차등 적용하면 신규·기기 변경 이용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번호를 꼭 써야 하는 기기 변경 이용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에 밝지 않은 노년층이 지원금 정책에서 상당 부분 소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알뜰폰 사업자들은 전환지원금 추가 지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아우성이다. 과도한 번호이동 지원금으로 알뜰폰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에겐 통신 3사의 지원금 확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측은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출 방안으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외쳐오던 정부가 돌연 알뜰폰 사업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 3사도 표정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사실상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는 푸념이 이어진다. 전환지원금 확대를 위해 각 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을 더 늘려야 한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통신업 특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최근 요금제 구간이 내려가면서 가입자 유치에 따른 기대 수익이 줄어든 것도 마케팅 비용을 늘리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정지은/황동진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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