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모빌리티' 성장엔진 단 부산기업 뜬다

입력 2024-03-14 18:33   수정 2024-03-15 01:08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선박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해 모빌리티산업으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선박 공간 활용 설계와 탐지 등 해양 부문에 특화한 기술이 모빌리티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과 결합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4일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조선기자재 업체 탱크테크와 종합건설사 DL이앤씨가 주차된 전기차 화재를 단 10여 분 만에 진압하는 기술 시연회를 공동으로 열었다. 이 기술은 바닥에 깔린 가이드레일을 따라 화재 진압 기계가 이동한 뒤 차량 밑바닥을 뚫고 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 탱크테크, 소방방재청은 전기차 시험을 통해 화재 진압 시간이 10여 분으로 짧고 재발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업력 33년의 조선기자재 기업 탱크테크는 그동안 선박 컨테이너 내부 화재 진압 시스템, 선박용 탱크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유압 조절, 정화 등)을 개발해 왔다. 이 기술의 핵심은 드릴링이다. 단 하나의 소재를 뚫는 선박과 달리 전기차는 네 개 소재(플라스틱·알루미늄·실리콘·배터리)를 동시에 뚫어야 한다. 연구 끝에 탱크테크는 전기차 바닥을 수압만으로 안정적으로 뚫는 데 성공했다. 탱크테크는 앞으로 화재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움직임까지 제어하는 기술로 산업용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영한 탱크테크 대표는 “현대차와는 대량 납품 계약을, DL이앤씨와는 아파트 적용 확대 등을 논의 중”이라며 “아파트 전기차 소방 기술 표준을 마련하고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모빌리티 기술로 전환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박평형수와 신조 선박, 리튬·인산철 배터리 설계도를 갖춘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아예 선박 설계 기반의 엔지니어링 사업을 모빌리티와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통신회사에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을 앞두고 있으며 에너지업계와도 배터리 공급을 논의 중이다. 이 기업의 관심사는 자동차가 아니다. 설계 엔지니어링 기술이라는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병수 팬스타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선박, 건물, 산업용 로봇 등 제조 설계와 2차전지가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영역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국내 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업체를 발굴 중”이라고 밝혔다.

자율운항 선박으로의 도전도 시작됐다. 부산지역 스타트업 맵시는 선박의 동적 데이터 수집을 넘어 선박 위 인간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자율운항 선박을 위한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위성에서 제공하는 선박의 동적 데이터와 국내 도선사 선박 데이터를 활용해 복잡한 항해 제어 기술을 단순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우선 허용 후 규제)가 적용되는 해양모빌리티 글로벌 혁신특구와 맞물려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박동석 부산시 첨단산업국장은 “2차전지(기회발전특구), 모빌리티 등 연관성이 높은 제도가 지역 산업과 결합했다”며 “부산판 대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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