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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다.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철강산업 노동자 표심을 의식한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의 어깃장에 두 기업 간의 인수합병(M&A)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한층 더 커진 모양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1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에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미 미국 정부 관료들과 변호인들이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으며 백악관이 일본 정부에 대통령의 결정을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강생산량 세계 4위인 일본 제철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철강업체 US 스틸을 149억달러(약 19조 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주당 55달러에 매입할 예정이었다. 철광석 조달이 가능한 US 스틸을 인수해서 철강 시장 지배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다. 두 기업의 철강 생산능력을 합치면 세계 2위 수준에 등극하게 된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미국 정치권에선 M&A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미국의 핵심 산업을 일본에 넘겨준다는 비판이다. 전미철강노조(USW)도 반대 의사를 밝혔고, 백악관은 국가안보에 중요한 물자를 생산하는 US 스틸의 역할을 감안할 경우 거래에 대해 정밀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마저 반대 의견을 표명할 경우 M&A 성사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US 스틸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US 스틸 주가는 전일 대비 12.77% 하락한 40.68달러에 장 마감했다. US 스틸은 이번 인수와 관련한 특별 주주총회를 다음 달 12일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 제철은 현재 이번 거래와 관련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US)에 심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CIFUS에 계류 중인 사건을 두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성명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보다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우선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US 스틸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이번 대선의 주요 경합 주로 분류된다. 친(親)노조 성향을 밝혀왔던 바이든 대통령이 철강 노동자의 표심을 끌어당기기 위해 이번 거래를 보류시키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USW도 지난달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하며 "(대통령이) 우리 편이라는 개인적인 보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일찌감치 이번 인수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1월 31일 교통산업 노동자 단체인 팀스터스와의 면담 이후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 발표에 대해 "우리는 (1기 재임 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 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라면서 "즉각 저지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재계에선 정계의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내 글로벌 기업을 대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얼라이언스(GBA)의 낸시 맥러넌 대표는 "안보를 명분으로 인수를 방해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라며 "일본의 미국의 최대 투자국 중 하나로 100만명의 노동자를 미국에서 고용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무산되면 4월 정상회담은 어색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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