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심에서 에어비앤비(공유숙박시설) 이용은 외국인만 가능하다. 국내에서 공유숙박시설 운영 조건은 세 가지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도시 민박업, 농어촌 민박업, 한옥 체험업으로 구체화된 조건에 따라야 사업 허가가 나온다. 물론 이 규정이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규제 개선 차원에서 외국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이용자 자격을 내국인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차제에 공유숙박에 대한 규제를 모두 풀어야 ‘관광 한국’ 정책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많다. 반면 도시 민박업을 다 풀면 호텔 등 기존 숙박업체는 손님을 빼앗겨 망할 판이라는 반대도 만만찮다. 다가구 주택에서 외부인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박 사업을 하면 주거 환경이 나빠지고 안전문제가 생긴다는 우려도 있다. 관광 활성화 차원의 공유숙박 규제완화, 어떻게 볼까.
문제는 도시 내 공유숙박시설에 대한 규제가 이밖에도 많다는 점이다. 사업은 허용하지만 영업일수가 1년의 절반(180일)으로 제한된다. 180일밖에 영업을 못 한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뚜렷한 이유도 없다. 영업일 제한을 없애고 최대한 많이 이용되도록 하는 게 공유숙박업을 하는 취지에 부합한다. 주인이 실제로 이 집에 살아야 한다는 ‘집주인 실거주 의무’도 없애야 한다. 이 조항 때문에 상업용 오피스텔은 공유숙박시설로 사용할 수가 없다. 접근성 등 편의만 보면 도심의 경우 오피스텔이 이런 숙박업의 취지에 훨씬 적합할 수 있다.
정부는 2027년도에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관광산업의 발달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되는 제한 조항은 모두 찾아내 철폐해야 한다. 숙박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외국인 방문객을 어떻게 불러들일 수 있나. 있는 시설이라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에어비앤비를 주로 이용하는 도심 공유 숙소는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없는 학생과 청년 등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한다. 이들이 적은 부담으로 한국에 편하게, 자주 오게 해야 한다. 이들을 관광 한국 홍보대사로 만들 필요가 있다.
기존 숙박업계의 영업난도 부채질할 수 있다. 여러 등급의 호텔과 레지던스·스테이 등의 숙박 시설은 관광객을 위해 사업허가를 내고 적지 않은 투자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이들 전문 숙박업체가 겨우 재기를 도모하는 상황에서 일반 주택에 숙박 영업을 허가하면 이들 숙박업계의 충격이 만만찮을 것이다. 실제로 전문 숙박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주거난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전세·월세 등 일반 임대시장에 나올 주택이 공유숙박업에 활용되면 임대시장이 물량 부족에 처할 수 있다. 외국의 대도시 가운데는 전·월세보다 수익이 높은 관광숙박업으로 돌아선 임대인 때문에 주거난이 악화된 경우가 있다. 관광숙박업 규제를 풀었다가 빚어진 일이다. 도시를 설계하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도시행정에서 주택지역·주거시설과 상업지역·숙박시설 등의 용도를 정해두면서 개발해나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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