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모바일 메신저 '오픈채팅방'을 통해 만난 초등학생을 룸카페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지른 40대가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피의자는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초등생에 건네줬는데, 초등생의 부모가 휴대전화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픈채팅방 등 모바일 메신저가 아동 성범죄의 통로로 악용되는 가운데,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13세 딸이 오픈채팅방을 통해 몰래 연락하던 남자친구가 49세 남성이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15일 MBC '실화탐사대'에 따르면 이 같은 일을 알게 됐다는 아버지 A씨는 최근 딸이 부쩍 방 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 이상하게 여기던 중, 못 보던 휴대폰으로 딸이 누군가와 연락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A씨가 휴대폰의 출처를 묻자, 딸은 "19세 남자친구가 사줬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남성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남성의 목소리에 수상함을 느끼고 직접 만나 대화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당황한 듯 "장모님 상 중"이라며 만남을 피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자신의 나이가 19세라고 주장하던 남성은 21세, 36세라고 점점 나이를 올리며 속이더니, 끝내 "죄송하다. 저 감옥 가기 싫다"고 꼬리를 내렸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의 나이는 1976년생으로 49세였다. A씨보다도 다섯살이나 많았다.
이에 놀란 A씨는 딸에게 남성과 만나게 된 경위에 관해 물었고, 딸은 "오픈 채팅방에서 만났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직접 만나 초등생들이 자주 찾는 다이소와 아트박스 등을 방문해 쇼핑하기도 했고, 남성은 딸에게 5000원~1만원에 달하는 용돈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문제의 남성이 딸에게 준 휴대폰에는 마치 연인 사이에서 나눌 법한 대화 내용도 담겨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자기야', '나만 연락을 기다리는 것 같다', '지금 모습 보고 싶어. 많이. 침대랑. 진짜 기대함' 등 문자메시지만 수천건에 달했다고.
이를 두고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아동 성적 길들이기"라며 "마치 자기는 순진한 사람인 척, 낭만적인 척하는데 실제로는 거미줄을 친다,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말해야만 어린아이를 속박할 수 있을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말하다가 불리해지면 휴대전화 얘기를 꺼낸다"고 했다. 실제 이 남성이 보낸 메시지 중에는 '너 때문에 휴대전화에 다달이 나가는 돈이 4만7000원이야. 2년 계약. 그니까 헤어지면 안 되지' 등 내용이 있었다.
한편 지난해 9월 서울시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유인에 이용된 플랫폼 조사 결과, 카카오톡(40.6%)의 비중이 가장 컸고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37.5%)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34.4%)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진이 여성가족부 의뢰로 수행한 연구보고서에서도 성 매수에 빈번하게 사용된 스마트폰 일반 채팅앱으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12.1%)이 3위를 차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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