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란 뭘까요. 흐르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쓸 수 있도록 하는 전자장치죠. 배터리가 발달한다는 건 에너지를 그만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배터리의 기술변화 그리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 등은 비문학 지문을 통해 언제든 출제될 수 있습니다. 수능은 종종 기술변화에 대한 지문을 다루니까요.
전고체 배터리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무선 청소기, 심지어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자제품은 대부분 리튬이온전지(배터리)를 씁니다. 이를 ‘2차전지’라고 하죠. 먼저 전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면, 전지라는 건 전자의 이동으로 생기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만드는 장치입니다. 전자를 내보내고 싶어 하는 물질은 양극, 전자를 얻고 싶어 하는 물질은 음극에 놓죠. 물이 높은 곳에서 위치에너지를 갖는 것처럼 전자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문제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자가 한 번 넘어간 다음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에요. 1차전지인 건전지가 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충전해봐도 소용이 없지요반면 2차전지는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음극으로 간 전자가 양극으로 돌아가죠. 전자를 내보내는 양극에 어떤 물질을 놓느냐에 따라 다른데, 여기에 리튬이 들어 있는 양극재를 놓아요. 리튬은 알칼리성금속으로 전자를 쉽게 내놓습니다. 그렇게 양극을 떠난 게 리튬이온이에요. 음극으로 갔던 리튬이온은 외부의 전기에너지(충전)를 통해 다시 양극으로 이동해요. 왔다갔다(충전과 방전)하면서 재활용이 가능해지는 거죠.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전지는 2차전지에서 음극과 양극의 통로인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전지입니다. 원래는 전해질이라는 액체였는데, 이를 고체로 대체하면서 안전성을 높이고 배터리 전체의 밀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액체는 불안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여러 안전장치(분리막, 냉각 등)가 필요한데, 고체는 안정적이거든요. 그만큼 공간이 넓어지고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게 되죠. 전고체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한 번 충전에 1000km를 달리는 전기차가 나올 수 있어요.
기술적 한계 극복할까
문제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고체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고체는 저항을 많이 받아요. 전자가 액체 사이를 지나가는 것보다 고체 사이를 지나가는 게 더 어렵단 얘기죠. 이를 ‘계면저항이 높다’고 표현합니다. 또 전고체를 만드는 재료들이 여전히 비싸요. 고채 전해질의 화학적 불안정성도 해결 과제 중 하나죠. 그러다 보니 상용화는 먼 얘기처럼 느껴졌습니다.하지만 지난 3월 초에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배터리 회사인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까지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여러 기술적 난제를 점차 해결해가고 있다는 자신감이었죠.
문제는 가격 혁신
지금도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킬 수많은 신기술이 나오지만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가 많아요. 연구실에서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막상 대량생산을 통해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개발은 해도 양산은 못 하는 기술이 부지기수죠.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graphene)’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전고체 배터리가 나오더라도 우선 가격의 문제가 발생해요. 동일 단위당 가격이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까지 차이가 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어요. 일부 최고급 전기차에는 탑재될 수 있겠지만 당장 대중적으로 수요가 많아지긴 어렵단 얘기죠. “모든 혁신적 기술은 가격 혁신이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당장 컴퓨터, 에어컨, 세탁기 등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기술적 산물이 모두 초반엔 가격 장벽이 있었어요. 전고체 배터리가 가격 혁신을 통해 보급되기 시작한다면 인류는 에너지를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죠. 자유로운 에너지 사용은 다양한 사회변화를 야기할 것입니다.
고윤상 기자
NIE 포인트
1. 전고체 배터리란 무엇일까.2. 전고체 배터리는 왜 기술적으로 어려울까.
3. 신기술이 보급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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