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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악재가 겹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차입비용은 치솟고 있지만 소비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결과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P 글로벌은 올 초부터 이날까지 세계 전역에서 디폴트를 선언한 기업 수는 29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36건을 기록한 2009년에 이어 최대치다.
실제 지난달 미국의 크루즈선 운영사 혼블로어,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업체 고투, 영국의 영화제작사 부 엔터테인먼트 인터내셔널 등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대부분 미국 기업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다만 1월 말 이후 지금까지 유럽 지역에선 8개의 기업이 부도 선언을 했다.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디폴트 위기에 처한 기업 중 14개는 S&P글로벌이 일찌감치 '부실기업'으로 분류한 곳들이다. 이들 기업은 채권자들에게 부채 액면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업 자산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기업이 값비싼 파산 절차를 피하고 채무를 유예할 수 있다. 채무 유예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디폴트를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디폴트가 늘어난 이유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기업환경이 악화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S&P 글로벌은 "소비 둔화와 임금 상승, 고금리 등이 기업 환경을 악화시켰다"며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이 디폴트 현상을 확산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채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고금리 장기화를 버티지 못하고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Fed가 금리를 인상한 2022년 3월부터 기업환경이 악화하기 시작했다"며 "디폴트를 선언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주된 원인은 Fed에 있다"고 지적했다.
S&P 글로벌은 앞으로 소비 민감 주가 디폴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가 갈수록 둔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예카테리나 톨스토바 S&P글로벌 애널리스트는 "소비민감주들이 올해 추가 디폴트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며 "화학주와 헬스케어주 등 적자 기업들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몇 달간 디폴트 위기에 부닥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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