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중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알리바바그룹이 1조원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은 3년간 11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447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알리는 올해 안에 2억달러를 투자해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한다.
알리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대목.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리의 물류센터 진출은 배송기간을 대폭 줄여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물류센터 가동이 현실화되면 알리 이용자 수도 한 단계 더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리가 국내 물류센터를 구축하면 중국 현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데 최소 5일, 최대 3~4주 정도 걸리던 배송기간을 1~2일로 단축할 수 있다.
네이버 커머스 부문 매출액이 이미 감소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시장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격적 확장으로 네이버의 트래픽과 거래액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당장 구체적인 예상 손익을 따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버 쇼핑이 제공하는 상품 범위와 가격대가 광범위해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정량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알리·테무 등 중국산 직구 플랫폼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라 네이버 커머스 비즈니스의 성장 둔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중국 직구의 고성장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단순한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직구 거래액이 높은 제품군은 주로 의류·패션 관련 상품인 만큼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해외 직구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3%대 수준. 중국 직구액은 늘었지만 다른 국가 직구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로선 광고 부문에서는 매출 신장 효과를 볼 수 있다. 네이버는 국내 주요 광고채널 중 하나다. 중국 직구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면 주요 채널을 활용한 광고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알리는 이미 네이버 가격비교 서비스에 입점했고, 테무도 네이버 사용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광고 물량을 집행 중이다.
최 대표는 앞서 "네이버 쇼핑의 모델 자체가 광고 중심"이라며 "(중국 직구 플랫폼은) 경쟁 상대일 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중국 직구 플랫폼이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들여다보고 있다. 최 대표도 직접 동향과 파급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정부 규제 수위와 중국 직구 플랫폼 대응 기조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3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가품(짝퉁) 판매, 유해 매체 유포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고 일정 규모 이상 해외 플랫폼이 국내 대리인을 의무 지정하도록 한 게 골자다.
그러자 알리는 정부가 이 같은 규제 방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알리나 테무가 네이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만 커머스만 핵심 사업으로 갖고 있는 기업들에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정부가 (중국 플랫폼에)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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